[기고] 재정준칙 법제화를 응원하며

[기고] 재정준칙 법제화를 응원하며

박명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2022.11.15 03:56
박명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사진 박명호 교수
박명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사진 박명호 교수

어느덧 입동(立冬)을 지나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연초에 약속했던 것을 얼마나 잘 지키고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한없이 작아지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누군가는 올해 꼭 금연에 성공해야지, 또 누군가는 올해 꼭 살을 빼야지 하는 다짐했을 것이다. 그러나 굳게 먹은 마음이 사흘을 가지 못하는 '작심삼일(作心三日)의 법칙'이 올해도 많은 사람에게 작용했을 것이다.

작심삼일은 사람들이 마음을 쉽게 바꿔 시간이 지나면서 행동이 비일관적인 경우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처럼 사람들의 행동이 시간에 따라 변해 일관되지 않는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시간적 비일관성'이라 한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사람들의 소비와 저축에 대한 의사결정이다. 현재의 소비는 지금 당장 나에게 만족을 주지만, 저축은 미래에 있을 보상을 위해 현재의 만족을 포기시킨다. 당장의 만족을 위해 담배를 끊거나 과식하지 않으려는 새해 계획을 저버리는 것처럼 사람들은 저축을 더 많이 하길 원하지만 당장의 욕구 충족을 위해 소비를 더 많이 한다. 그 결과, 통계청의 2021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가구주가 은퇴한 가구 중 생활비 충당 정도가 '여유 있는 가구' 비율이 12.3%밖에 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당초의 결심을 지키기 위해서는 본인의 의지력도 중요하지만 미래의 자신의 선택을 구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지금 당장의 소비 유혹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데에 정부는 강제저축제도인 공적연금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지닌 시간적 비일관성의 문제는 누가 도움을 줄 수 있나?

우리나라를 이끌어 온 모든 정부는 집권 초기 국가재정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아껴 씀으로써 미래세대가 떠안게 될 재정부담을 최소화하며 재정을 지속가능하게 유지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선거철만 되면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처럼 재정의 비효율성을 낳는 재정의 칸막이는 높아가고, 현세대의 욕구 충족을 위한 적자편향은 경기에 상관없이 고착된다. 그 결과 미래세대가 떠안을 나랏빚은 정부의 당초 마음과는 달리 훨씬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장기 재정전망에 따르면 2070년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192.6%에 달한다고 한다. 심지어 이 수치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의 미래 재정적자를 포함하지도 않은 결과다.

정부는 일반 개인과 달리 그 스스로가 나라 살림살이의 최종 책임자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디세우스가 세이렌의 매혹적인 노랫소리 유혹을 이겨내기 위하여 스스로 돛대에 결박당한 것처럼 정부는 적자편향의 유혹을 떨쳐내기 위해 자신을 스스로 구속할 필요가 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이번에 발의한 재정준칙 도입 법안은 정부가 적자편향의 유혹을 극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줄 것이다. 재정준칙은 적자편향적 지출압력을 통제해 재정책임성 및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세계 105개국이 도입한 제도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우리나라와 튀르키예만이 미도입한 상태다. 여야 모두 미래세대를 보호하며 지속가능한 국가재정 운영의 기틀을 만드는 데 한마음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번 정기국회 기간 중 재정준칙 법제화라는 낭보가 전해지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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