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과 윤석열, 그리고 고이즈미[광화문]

마크롱과 윤석열, 그리고 고이즈미[광화문]

최석환 정책사회부장
2023.02.27 05:50
(파리 로이터=뉴스1) 김성식 기자 =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프랑스 7개 노조연맹이 정부의 연금개혁안에 반대하며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다. 2023.2.11.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파리 로이터=뉴스1) 김성식 기자 =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프랑스 7개 노조연맹이 정부의 연금개혁안에 반대하며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다. 2023.2.11.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 들어 프랑스 전역이 파업과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신년 연설에서 "2023년은 연금 개혁의 해"라고 천명한 뒤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때문이다. 연금 개혁을 하지 못하면 국민들에게 돌아갈 연금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실제로 프랑스 연금의 재정 상태는 심각한 수준이란게 연금자문위원회의 판단이다. 올해부터 적자를 내면서 그 폭이 해마다 국내총생산(GDP)의 0.5~0.8%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대 30조원 가량 불어날 적자를 국가가 충당해야 한다는 얘기다.

프랑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행 62세인 연금 수급 최소 연령을 2027년 63세, 2030년 64세까지 상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연금 개혁안을 내놨다. 더 오래 보험료를 내고 연금을 100% 받는 시기를 늦춰 기금 고갈을 막겠다는 것이다. 반발을 우려해 연금 상한액을 현재 최저임금의 75%에서 85%로 올려 지급액을 늘리기로 했지만 이후 맞닥뜨린 여론은 냉담했다. 국민들의 70% 가까이가 연금 개혁안에 반대하고 있는데다 12년만에 연합 전선을 구축한 8개 주요 노동조합은 다음달 7일 대대적인 파업과 시위를 예고했다. 마크롱의 인기도 3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어쩌면 프랑스의 '오늘'은 우리가 직면하게 될 '내일'이 될 수 있다. 지난해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이 연금을 노동·교육과 함께 3대 개혁 과제로 내걸고 있어서다. 사실 연금 재정의 미래가 불안한 건 프랑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보건복지부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재정추계치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국민연금법에 따라 5년 만에 이뤄진 이번 추계에서 국민연금의 예산 소진시점은 2055년으로 직전(2018년) 전망보다 2년 빨라졌다. 국민연금의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지는 수지적자 시점도 2042년에서 2041년으로 당겨졌다. 전병목 재정추계전문위원장도 "연금개혁이 늦어질수록 미래 청년세대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며 "연금개혁 필요성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연금 개혁 추진 로드맵은 갈수록 꼬여가는 분위기다. 지난달 말로 예고됐던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의 초안 공개가 한달여간 미뤄지면서 시작부터 개혁 동력이 상실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연금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가 마련한 연금 개혁 초안을 바탕으로 구체화해야 할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할 것이란 비관론도 팽배하다. 지난 35년 국민연금 역사 중 제도 개혁을 이뤄낸 건 1998년과 2007년 단 두번 뿐이고, 문재인 정부 때도 관련 합의안을 만들어내는데 실패한게 이를 뒷받침한다. 결국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국민들의 눈치만 살피는 동안 보험료율 인상폭과 수령 연령 상향 여부 등을 담아야 할 연금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최근 들어 2004년 일본의 연금 개혁을 과감하게 밀어붙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리더십이 다시 부각되는 이유다.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일본은 2002년부터 공적연금이 적자를 내면서 '더 내고 덜 받는' 연금 개혁이 불가피해졌다. 당시 고이즈미 총리는 야당의 반대를 뚫고 국민들을 설득하는데 성공했지만, 인기없는 개혁을 추진한 대가는 혹독했다. 그해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여당은 대패했다. 그럼에도 고이즈미의 결단은 연금의 재정 안정화에 기여하며, 20여년이 지난 현재 개혁의 모범사례로 일본을 꼽도록 만들었다.

이제부턴 프랑스와 한국의 시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적은 없다"면서 "부를 창출하지 못하면 나눠줄 돈도 없다"고 일관된 목소리로 연금 개혁의 시급성을 설파하고 있는 마크롱 대통령의 행보는 주목할만하다. 윤 대통령도 "어려운 개혁을 담대하게 해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연금 개혁의 차질없는 추진을 재확인한 만큼 정부와 정치권이 어떻게 화답하고 성과를 낼지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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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환 산업1부장

"위대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던 셰익스피어의 말을 마음에 담고, '시(詩)처럼 사는 삶(Deep Life)'을 꿈꿉니다. 그리고 오늘밤도 '알랭 드 보통'이 '불안'에 적어둔 "이 세상에서 부유한 사람은 상인이나 지주가 아니라, 밤에 별 밑에서 강렬한 경이감을 맛보거나 다른사람의 고통을 해석하고 덮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란 글을 곱씹으며 잠을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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