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막 오른 전기차·배터리 전쟁, 한국 위상 위협받는다

[기고] 막 오른 전기차·배터리 전쟁, 한국 위상 위협받는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2023.03.06 05:00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3월 첫째 주 테슬라 투자자의 날 행사가 열렸다.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3만달러 수준 저렴한 보급형 '반값 전기차'에 대한 청사진은 없었다. 사이버트럭 출시 일자 등 단기적인 회사 전망도 없이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테슬라의 역할'과 같은 먼 미래의 이야기만을 읊었다. 올해 초 테슬라 발 전기차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핵심 부품인 배터리에서도 저가 공세에 나선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역시 엉뚱하다.

현실적으로 반값 전기차가 가능한지 의문이다. 기가팩토리 건설로 대량생산 체계에 돌입하고, 인건비 부담을 줄이며, 차세대 플랫폼으로 생산비용을 절감하며, 원통형 배터리 양산으로 배터리 가격도 줄이는 등 모든 조건을 충족시켜야 가능하다.

당초 테슬라 가격은 자연산 횟집의 '싯가'처럼 그 비용을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 아무 이유 없이 차량 가격을 2000만원가량 올리더니, 올해는 판매 부진으로 중국 공장이 셧다운 위기에 처하자 1000만원 이상 할인하며 가격 거품 논란을 자초했다. 테슬라는 전기차 회사 중 유일하게 차량 1대당 1만달러에 가까운 수익을 내고 있다. 수익이 1000달러에도 못 미치는 현대차와 약 10배의 차이가 난다.

테슬라의 가격 인하는 결국 세계 1위 전기차 시장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20년 79%, 2021년 71%에 이어 지난해 65%로 줄었다.

과거 전기차는 혁신에 대한 기대감에 사는 차였다. 성능을 크게 중요시하지 않아 마니아층을 대상으로 판매가 순조롭게 이뤄졌다. 지금은 보급과 시장 점유율이 보다 중요해졌다. 소음·진동 및 스티어링 등 자동차 기본 성능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 전통 자동차제작사들이 전기차를 출시하면서 테슬라보다 성능이 우수한 경쟁 모델이 등장했다. 결국 테슬라는 전기차 판매왕의 자리를 중국 비야디에 내줬다. 신성장 동력이 필요해진 테슬라는 최대 2만5000달러짜리 전기차를 제안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중국의 배터리 파상 공세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CATL은 올 하반기부터 배터리 원재료인 리튬을 반값 할인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따라 기존 가격보다 10~15% 내려간 가격으로 배터리를 구매할 수 있게 된다. 핵심 원료인 리튬 채굴과 가공 산업에 대한 투자로 이미 충분한 원료를 확보한 상황에서 중국 내 중소 배터리업체 도전을 저지하고, 고객사를 묶어두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 완성차 포드와 중국 배터리사인 CATL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손을 잡았다. 포드는 CATL과 합작으로 미국 미시간주에서 배터리를 생산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투자액은 35억 달러(약 4조4765억원)로, 전부 포드가 부담한다. 미시간주에 설립돼 오는 2026년부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연간 전기차 40만대 분량 생산할 계획이다.

주로 중국에서 사용되는 LFP 배터리는 미국과 유럽에서 사용되는 니켈코발트(NMC) 배터리보다 성능이 떨어지지만, 생산비가 적게 든다. 포드는 올해부터 자사 전기차 '마하-E' 모델에 CATL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LFP 배터리 팩을 사용하면서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계획이다. 합자사는 포드의 완전 자회사 형태로 CATL은 기술지원만 한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서 언급한 미국과 적대적인 국가의 자본이 들어간 회사 제품에 대한 지원금을 거부한다는 조항을 기술적으로 피했다.

테슬라가 시작한 전기차 할인 경쟁의 이면에는, 후발 주자를 견제하기 위한 전기차 선두 그룹의 고민과 전기차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는 시기에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한 치열한 전략이 있다. 배터리 할인을 통한 안정적인 협업 관계 유지와 더불어, 미국의 IRA를 피하기 위한 각종 묘수가 바탕에 깔렸다. 이제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전기차의 상품성과 K-배터리의 위상이 위협받기 시작했다. 경쟁사 및 경쟁국들이 전력투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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