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백년기업(2)

[광화문]백년기업(2)

강기택 산업1부장
2023.06.20 04:10

문제가 있는 줄 알지만, 어떤 정부든 해결을 주저한다. 자칫 정치적 논란으로 비화되면 정부의 지지율이 곤두박칠 사안이기 때문이다. 문제를 푸는 시도는 하되 정작 풀지는 않고 있는 것, 바로 상속세다.

기획재정부가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 2대 주주가 된 것은 현행 세제의 폐단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지난해 2월 작고한 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 유족이 상속세를 감당할 수 없어 물려받은 지분 29.3%를 물납하면서 생긴 일이다.

김 창업자의 유산은 10조원대인데, NCX 주식 비중이 가장 컸다. 현행 제도는 과세표준이 30억원을 넘기면 상속세율 50%가 적용된다. 최대주주 할증(20%)까지 붙으면 상속세율이 60%에 달한다. 그러니 대략 6조원대의 상속세를 내기 위해 이 방식을 취한 것이다.

그나마 유족이 가업을 승계하기로 해 중국 등 해외에 팔릴지 모른다는 불안과 우려가 사라진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세제를 그대로 두는 한 이런 일은 앞으로 반복될 것이다. 지금은 이례적인 일이지만 점점 익숙한 일이 될 것이다.

익히 알려진 사례가 벌써 적지 않다. 예컨대 고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재산을 물려 받은 이재용 회장 일가의 조세부담은 더 만만치 않다. 유족에 부과된 상속세는 12조원이다. 2021년부터 5년간 연부연납으로 내고 있다.

상속세를 내기 위해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재지단 이사장 등이 최근 4조781억원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연간 대출이자만 연간 2000억원 넘고 연부연납 가산금도 문다. 이재용 회장 역시 연간 약 5000억원 상속세를 물고 있다.

상속세를 내다 경영권을 잃을 수 있다는 기업인들의 걱정은 NXC의 경우를 통해 극적으로 부각됐다.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백년 기업은 불가능하다. 오랫동안 일자리를 제공하고 법인세를 통해 국가재정을 지탱하는 기업이 없어진다는 의미다.

이런 세제로 인해 지분이 줄어 들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내몰리는 경우도 있었고, 이를 막느라 경영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호소도 점증해 왔다. 물론 갖은 방식으로 상속세를 줄이거나 회피하려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이 나빠서가 아니라 제도가 그렇게 몰아간 것일 수 있다.

상속세 부담 때문에 기업을 파는 일도 적지 않았다. 많은 기업이 사모펀드에게 팔려 나갔다. 이처럼 기업의 연속성이 흔들린다는 것은 곧 고용이 위협받는다는 것이니 직원들에게 좋을 리 없다.

높은 세율로 인해 한국의 기업 오너들은 주가를 끌어 올리기 보다 낮게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 이는 한국증시에도 악영향을 끼쳐 왔다. '코리아디스카운트'는 곧 국민연금과 같은 연기금의 수익률에도 마이너스가 되니 곧 국민 전체가 영향권에 들어 있는 셈이다.

현행 상속세 과세표준과 최고세율은 2000년 세법 개정 이후 23년간 바뀌지 않았다. 경제규모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숱하게 받았다. 세계적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15개국에는 상속세가 없다.

물론 상속세를 경감하기 위한 논의도 무성했다. 문재인정부 때 홍남기 전 부총리가 이끌던 기재부는 조세재정연구원에 상속.증여세 개편방안에 대한 용역연구를 주면서 해법을 모색했었다.

역대 정부가 상속세의 폐단에 주목했지만 유산을 '상속인의 불로소득'으로 보고 세금을 매겨 빈부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정치적 논리 앞에 가로 막혔다. 상속세율이나 할증율 등 어떤 것도 건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유산취득세 도입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징벌적인 상속세를 그대로 두는 한 기업의 영속성도, 정부의 재정수입과 고용의 안정성, 연기금의 수익성 등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도 여전할 것이다. 부작용을 막으려면 결국 제도를 손질하고 가는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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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택 논설위원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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