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미래 대안적 소득보장제도 '디딤돌소득'

[기고]미래 대안적 소득보장제도 '디딤돌소득'

정상훈 정상훈 서울시 복지정책실장
2024.12.12 05:50

일용직 근로를 하고 있던 김모씨(56)는 코로나19(COVID-19)로 일자리가 줄어 경제적으로 힘들어진 상황에서 배우자까지 2022년 경구개암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소득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고, 가정 경제는 더 어려워졌다. 도움을 받고자 주민센터에 찾아갔지만, 근로 능력이 있는 김씨가 받을 수 있는 지원은 없었다. 병원비와 생활비 부담으로 막막했던 그는 '디딤돌소득'을 알게 됐고, 지난해 7월부터 매월 지원금을 받으며 배우자 치료에 전념하고 새로운 일자리도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회안전망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외환위기 이후 급증한 실업자와 빈곤층을 지원하기 위해 시행됐다. 그러나 제도의 성과와 의의에도 불구하고, 여러 한계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1인 가구의 증가, 기술발전에 따른 일자리 구조 변화, 신종감염병·기후변화 등 위험의 불확실성 증대와 같은 변화 속에서 전통적 가족구조와 안정적인 근로환경을 기반으로 만든 '복잡하고 까다로운 자격기준'을 적용하는 기존 소득보장제도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된 지 내년이면 25년을 맞이한다. 이제는 달라진 정책환경을 고려하여 기존 제도의 경직성을 극복하고, 다변화된 사회·경제적 위험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미래형 복지제도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에 서울시는 대안적 소득보장 모델로서 '디딤돌소득(옛 안심소득)'을 고안해 2022년부터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디딤돌소득'은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지원하는 하후상박(下厚上薄)형 복지제도로, 소득 중심의 단순한 선정 방식을 통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다. 김씨가 디딤돌소득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재산의 소득환산, 근로 능력 평가와 같은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일을 해도 수급 자격이 박탈되지 않아 복지 의존에 빠지지 않고 스스로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디딤돌소득의 2차연도 성과평가 결과에 따르면 소득증가로 인해 이제는 디딤돌소득을 받지 않게 된 가구가 1533가구 중 132가구(8.6%)이고, 476가구(31.1%)가 근로소득이 증가하는 등 미래 대안적 소득보장제도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지난 10월7일 개최한 서울 국제디딤돌소득 포럼에서 데이비드 그러스키 스탠포드대 사회학 교수는 디딤돌소득이 취약계층의 계층이동 사다리로 작동할 수 있다며 "전국화가 된다면 모범 사례로 많은 나라에 시사점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디딤돌소득의 우수성을 바탕으로, 서울시는 대한민국 복지의 표준 모델을 제시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월 '디딤돌소득 정합성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전문가들과 심도 있는 논의와 연구를 지속해오고 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공론의 장을 마련하여 의견을 수렴하고, 관련 국책 연구기관, 학회 등과 함께 모델을 정교하게 다듬어 나갈 계획이다.

디딤돌소득은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자립의 발판을 마련해주는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이다. 디딤돌소득이 전국화돼 누구나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딛고 오를 힘'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정상훈 서울시 복지정책실장
정상훈 서울시 복지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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