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칼럼]신용카드 전쟁

[김화진칼럼]신용카드 전쟁

김화진 기자
2025.01.16 16:42

김화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김화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1958년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캘리포니아주 프레즈노에서 '뱅크아메리카드'(BankAmericard)를 론칭했다. 그때까지는 신용카드 아이디어가 실제로 크게 성공한 적이 없었다. 신용카드를 받으려는 상인이 별로 없어서 소비자들은 사용을 꺼렸고 상인들은 사용하는 고객이 많지 않은 신용카드 결제를 반기지 않았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상황이었다. 선발주자 다이너스나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이하 아멕스)는 은행계가 아니었고 상류층 대상이어서 확장성이 크지 않았다. 할부나 리볼빙도 되지 않았다. 우리가 지금 쓰는 신용카드는 아니었다.

BofA는 프레즈노를 찍었다. 시에라네바다산맥이 병풍처럼 보이는 프레즈노는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LA) 중간쯤에 있는데 주민의 45%가 은행거래를 하는 타운이었다. 당시만 해도 샌프란시스코와 멀고 상당히 고립된 지역이어서 프로젝트가 실패로 돌아가더라도 소문이 덜 날 곳이기도 했다. 6만 명의 주민에게 일제히 카드를 발급해 주었고 상인들에게는 카드 결제를 받을 것을 설득했다. 그리고 BofA는 점차로 미국 전역의 은행에 신용카드 라이선스를 주었다. 1961년에 흑자전환했는데 1976년에는 세계 거의 모든 은행이 비자(VISA)라는 브랜드로 신용카드 업무를 취급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여론이 나빴다. 은행이 카드로 취약계층의 무분별한 소비를 조장한다는 것이었다. 당뇨병 환자에게 설탕을 주는 셈이라는 비판이 따랐다. 사실 당시 은행들은 무차별로 카드를 살포했다. 실직자, 알코올중독자, 마약복용자, 충동구매자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우편으로 카드를 보냈다. 금융 혼란이 발생했고 결국 1970년에 그런 식의 무차별 카드 송부는 금지되었다. 그러나 거의 1억 개의 카드가 이미 발급된 후였다. 그후로는 카드 신청서만 우편으로 발송할 수 있게 되었다.

VISA는 'Visa International Service Association'의 약자다. BofA가 모든 은행에 BofA 신용카드로 카드 영업을 하도록 할 수 없게 되자 1970년에 별도의 조합을 결성했다. VISA라는 브랜드 자체는 1976년에 만들어졌다. 2008년에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Visa는 원래 라틴어와 프랑스어의 'carta visa'에서 왔다고 한다. 그 뜻은 '열람된 서류' 또는 '확인된 문서'다. 외국에 입국할 때 필요한 바로 그 비자다. 신용카드 이름이 된 것은 그런 의미 때문이 아니라 VISA가 어떤 언어를 쓰는 나라에서든 발음하기 쉽고 특정한 국가를 연상시키지도 않아서라고 한다.

처음에 BofA는 카드 비즈니스가 성공했다는 사실을 쉬쉬했다. 경쟁자가 나서면 안 되어서다. 그런데 1966년이 되자 카드가 너무나 잘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감출 수가 없게 되었고 그래서 세상이 다 알게 되었다. 바로 막강한 경쟁자가 등장했다. 나중에 마스터카드(MasterCard)로 불리게 되는 신용카드다. 씨티은행이 합세했다. 여러 가지 법률적·실무적 이유로 독자적인 카드 사업을 할 수 없었던 2만5000개의 금융기관이 연합했다. 마스터카드(Mastercard Worldwide)는 1966년에 조합 형태로 출범했다. 2006년에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주식회사가 됐다.

1991년에 보스턴의 일부 레스토랑이 아멕스카드를 보이콧하기 시작했다. VISA와 마스터카드로 갈아탄다는 것이었다. 카드 수수료 문제였다. VISA와 마스터카드가 1.2%를 부과하는데 아멕스는 4%로 하겠다는 것이었다. '폭동'이 난 것은 당연했다. 그래서 '보스턴 피(fee)파티 사건'이라고 불린다. 미국 전역에서 250개 레스토랑이 동참했다. VISA는 재빨리 나서서 보이코트로 발생하는 법률비용을 모두 대겠다고 했다. 디스커버는 어부지리로 보스턴 레스토랑에서 사용률이 375% 급증했다. 아멕스는 바로 백기를 들고 수수료를 내렸다.

이 사건을 계기로 아멕스는 고급 정책을 버리고 월마트 같은 대중적인 타깃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사실 다 아멕스의 잘못이었다. 아멕스는 독점사용 고객에게는 수수료를 낮추어 주는 전략을 썼는데 VISA와 마스터카드를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만들었다. 고급 이미지 전략은 보스턴 피파티 사건을 계기로 막을 내렸지만 니먼마커스 같은 백화점은 2011년까지 계속 동일한 전략을 이어갔다. 아멕스만 받는다는 것이 백화점을 고급져 보이게 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아멕스는 맨해튼 비시스트리트 200번지에 본사가 있다. 월드트레이드센터 바로 아래 낮은 피라미드 모양의 지붕을 얹고 있는 51층 빌딩이다. VISA와 마스터카드에 이어 글로벌 4위의 신용카드 회사인데 1850년에 버팔로에서 화물운송 회사로 시작했다. 1958년에 신용카드를 론칭했다. 2022년 기준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4.61%로 VISA의 38.73%, 마스터카드의 24% 다음이다. 2013년에는 우수고객을 위한 공항 라운지를 선보이기도 했다. 뉴욕의 JFK를 포함해 몇몇 공항에서는 센추리언라운지를 운영한다. 센추리언은 최고급 아멕스 카드의 이름이다. 비욘세, 오프라 윈프리, 도널드 트럼프 등등 유명인사들이 소지인이다. 제임스 본드도 '퀀텀 오브 솔러스'(2008)에서 그 카드를 썼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신용카드는 중국 상하이의 유니온페이다. 중국 내 점유율 99%다. 2002년에 중국인민은행 주도로 은행카드연합이 출범했는데 '은련'으로 불리고 카드 이름이 'UnionPay'가 되었다. 그다음이 글로벌 2위의 VISA다. 결제금액은 VISA(2조4000억 달러), 마스터카드(1조1000억 달러), 아멕스(9000억 달러) 디스커버(2000억 달러) 순이다. 이 네 회사가 중국 외 글로벌 시장의 87%를 커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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