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 한국예술인복지재단 경영본부장

2011년 '예술인 복지법'이 제정된 후 예술인복지정책의 패러다임은 시혜적 지원에서 예술인의 권리와 직업적 지위를 보호하는 것으로 확장되어 왔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정부는 예술인의 창작 자유를 보장하며, 지속적인 예술활동을 위한 물질적, 제도적, 사회적 조건을 제공함으로써 예술의 발전과 가치를 실현하고 확산시키는 예술인복지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이를 위해 예술인파견지원-예술로 사업(이하 예술로 사업), 예술활동준비금 지원, 예술인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산재보험 가입 지원, 예술인 권리보호 교육, 예술인생활안정자금(융자)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예술인의 복지를 위한 대다수 사업이 본질적으로 이전소득이나 보충적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에, 궁극적인 목표인 '예술인의 창작활동 증진'과 '예술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선순환 구조의 완성이라는 측면에서 '예술로 사업'의 위치와 역할은 특별하다.
예술인이 다양한 분야의 기업·기관과 협업하며 예술작업의 반경을 확장하고, 이를 통해 예술인의 직업적·경제적 안정과 더불어 사회적 역할과 가치를 확산시키는 '예술로(路) 사업'은 단순히 몇 개의 문장으로 설명하기엔 어려운, 매우 다층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다른 장르 예술인과의 협업을 통한 예술적 확장을,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파트너와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또 누군가에게는 지금껏 해왔던 예술활동과는 전혀 다른 작업을 할 수 있는 직업적 전환의 기회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함께 협업하는 기업·기관에는 '예술과의 조우'라는 사회적 관계성을 제공했다. 사업에 참여했던 기업·기관 담당자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예술인들만의 색다른 접근, 해석을 통해 목적을 '바라보는 방법'과 목적을 향해 달려가는 '새로운 길', 목적을 '생각하는 방식'을 배웠다고 말한다.
2014년부터 시작되어 지난 10년간 9744명의 예술인이 2354개의 기업·기관과 함께해 온 예술로 사업은 이제 다음 10년을 바라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예술인을 위한 새로운 직업군 개발과 시민의 일상에 문화·예술적 공공의 가치를 안착시키기 위한 사업의 재진단과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예술인들의 활동을 면밀히 기획하고, 기업·기관·지역과의 연결을 지원하는 '경력 경로(Career Path)'를 설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창의적 역량을 발휘하기에 적합한 직종과 협업 플랫폼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향후 기업·기관·지역사회 환경에 익숙한 예술인들이 전문 컨설턴트나 사회적 가치를 형성하는 역할자로 활동한다면, 예술인 개인의 성취와 더불어 공공적 역할을 더욱 효과적으로 확장할 수 있지 않을까? 예술로 사업을 통해 예술인만이 가질 수 있는 창의적인 상상력으로 기업·기관을 변화시키고, 예술로서 더 풍요로워질 사회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