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IRA의 일부 세금 공제를 폐지하면) 바로 다음날 공과금이 인상될 것이다."
지난달 공화당 하원의원 21명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청정에너지 세액공제 폐지를 반대하는 내용을 담아 공화당 지도부에 보낸 서한의 일부다. 미 정치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IRA의 수혜를 입은 지역구의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이 서한에서 IRA에 따른 인센티브가 제조업과 에너지 생산을 촉진하고, AI 데이터 센터로 늘어날 전력 수요를 충족하는 데 도움이 될 거란 주장도 펼쳤다.
서한을 주도한 공화당의 앤드루 가바리노(뉴욕주) 하원의원은 같은 달 뉴욕타임스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에너지 지배적인 국가가 되기를 원하며, 태양광과 풍력은 그 논의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천연가스 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10년이 걸린다"며 "우리는 지금 에너지가 필요하며, 태양광과 풍력이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것.
공화당 일각의 주장은 지난 몇 년간 에너지 전환과 관련해 급속도로 바뀐 패러다임을 보여준다. 우선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 대비 저렴한 에너지원이란 것. 이 부분은 최근 몇년간 기술발달로 '사실'이 됐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2010년 전세계 태양광 발전 LCOE(균등화발전비용)는 화석연료 발전 LCOE보다 414% 높았지만, 2023년에는 태양광 발전 비용이 화석연료 발전 보다 56% 낮아졌다. 2023년 육상풍력 신규 발전 프로젝트 LCOE도 화석연료 보다 67% 낮았다. 2010년에는 화석연료 보다 23% 높았다가 역시 역전됐다.
미국처럼 재생에너지에 우호적인 자연환경을 가진 국가에서는 비용 하락에 따른 변화가 빨랐다. 비영리 연구단체 클라이밋센트럴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국에서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은 10년 전 보다 각각 8배, 2배 이상 늘어났다. 트럼프 1기 행정부 기간(2017~2020년)을 포함해 에너지 '시장'에서 경제성 높은 에너지원이 더 선택된 결과다.
재생에너지 비용 하락과 맞물려 에너지 정책에 대한 전통적 도식도 허물어지고 있다. 재생에너지가 환경규제의 결과가 아니라 경제성장을 위한 수단으로 여겨진다는 측면에서다. 통상 기업친화적 정책을 표방한다는 공화당 우세주(레드스테이트)들은 지난 몇년간 재생에너지 투자 촉진 정책에 앞장서 왔다. 미국 최대 풍력발전주가 된 텍사스가 대표적이다. 그게 기업에 도움이 돼서다. 민주당 정부인 조 바이든 행정부가 규제 대신 인센티브에 방점을 둔 IRA를 내놓으며 통념은 더 빨리 바뀌고 있다.
서한에 참여한 또다른 공화당 하원의원 마리아네트 밀러-믹스(아이오와주)의 발언은 달라진 패러다임을 함축한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그는 지역구의 풍력과 태양광 발전 확대가 연쇄적인 경제적 파급효과를 의미한다고 했다. "기술 분야나 지속가능성 포트폴리오의 일환으로 재생에너지를 찾는 다른 산업에서 더 큰 경제 성장을 촉진한다"는 설명이다. 이 성장이 레드스테이트의 쉬운 인허가와 기업 친화적인 구조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도 했다. 재생에너지와 '기업친화적'이란 말은 이미 이만큼 밀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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