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칸영화제 0편, 그래도 희망을 다르게 꾼다

[투데이 窓]칸영화제 0편, 그래도 희망을 다르게 꾼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2025.04.22 02:05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5월13일 열리는 '제78회 칸국제영화제'에 우리 장편영화 작품이 0편 초청됐다는 소식은 충격이었다. 더구나 경쟁부문은 물론이고 비경쟁부문(감독, 비평가주간)에도 아름을 올린 작품이 1편도 없기에 더욱 그러했다. 경쟁부문에 초청되지 못한 것은 2013년 이후 처음이고 비경쟁부문은 1999년 이후 26년 만의 일이기 때문에 더욱 충격적이었다. 물론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언제 적 박찬욱·봉준호·홍상수냐"는 말이 나온 지 꽤 됐기 때문이다. 이들의 작품 외엔 3대 영화제에서 보기가 드물기도 했다.

신예감독들과의 세대교체에 실패했는데 여기에는 2가지 환경적 변화가 있었다. 하나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극장산업 자체가 위기에 몰렸고 수익을 극장 상영에 의존하는 한국영화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이미 제작한 영화는 상영기회를 얻지 못하고 수익을 올리지 못하기에 제작사들은 새로운 작품의 투자를 받지 못했다. 이는 새로운 시나리오작가와 감독의 발굴을 어렵게 했다. 독립영화계는 타격이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가운데 OTT는 큰 폭의 성장을 거듭했다. 따라서 기존 영화인력과 스태프 그리고 제작사까지 OTT의 드라마 제작에 몰려들게 됐다. 특히 넷플릭스·디즈니 같은 글로벌 OTT는 블랙홀처럼 이들을 빨아들였다.

그래도 정유미 감독의 '안경'이 뒤늦게 이번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단편애니메이션 경쟁부문에 초청받아 다행이다. 더구나 응모작 2340편 가운데 단 10편만 선정되는 치열한 경쟁에서 얻은 소중한 성과였다. 정유미 감독을 통해 다른 희망을 봤다. 극영화가 아니라 애니메이션에서 말이다. 우리나라에선 애니메이션을 아이들이나 보는 장르로 생각하지만 미국과 일본 등지에선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도 즐겨보는 장르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따라서 극영화가 주목받지 못한다고 해서 실망할 일은 아니다. 사실 정유미 감독은 처음 초청된 것도 아니다. 이미 2009년 '먼지아이'로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최초로 진출했다. 칸 영화제만이 아니라 '수학시험'(2010년)으로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된 이후 '연애놀이'(2013년) '존재의 집'(2022년) '서클'(2024년)로 네 번 진출했다. 특히 '연애놀이'는 자그레브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우리 애니메이션 최초로 그랑프리(대상)를 받았다.

정유미 감독의 활약을 볼 때 생각나는 작품이 바로 라트비아의 애니메이션 '플로우'다. 이 작품은 올해 '제82회 골든글로브'에서 장편애니메이션상을 받아 파란을 일으켰는데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와 디즈니를 꺾고 장편애니메이션상까지 수상했다. 이 애니메이션은 긴츠 질발로디스 감독이 만든 2012년 단편영화 '아쿠아'를 확장한 작품이다. '플로우'는 작품성뿐만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크게 성공했다. 제작비가 340만달러인데 글로벌 흥행으로 3600만달러의 매출액으로 제작비 대비 10배 이상의 수익을 얻었다. 이 작품의 예처럼 정유미 감독의 단편들을 장편으로 제작하면 얼마든지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 제작사가 만든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The King Of Kings)가 미국 극장가에서 개봉해 박스오피스 2위까지 이르렀다. 연출과 각본, 제작, 음악, 촬영을 모두 우리 제작진이 했는데 현지 대형 스튜디오들의 '아마추어' '드롭' 등을 모두 제쳤다. 하루 만에 701만275달러(약 100억원), 개봉 첫주 수입은 약 1800만달러(약 257억원)를 기록했다.

멀티플렉스를 중심으로 한 극장업의 쇠퇴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여실히 확인하게 했다. 그러므로 기존 장르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지닌 애니메이션의 창작과 육성에 활발히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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