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공항 개혁

[우보세]공항 개혁

이정혁 기자
2025.04.30 05:4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애들 다친다고. 우리도 나가야 할 것 아냐."

지난달 김포국제공항 출국장 앞에서 신인 걸그룹이 출국하려다 욕설과 고성이 오간 영상이 유튜브 등을 통해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8인조 신인 그룹 하츠투하츠(Hearts2Hearts)가 출국 수속을 밟는 과정에서 경호원과 연예기획사 관계자가 일반 승객을 향해 일방적으로 비켜달라고 요구하다가 양측이 서로 고함을 지르며 싸운 것이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 이후 김포공항을 비롯해 전국 14개 공항을 운영·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는 재발 방지 대책 등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지난해 '변우석 황제 경호'로 홍역을 치른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경우 이학재 사장이 고개를 숙인 것은 물론 유료 패스트트랙 도입 등 각종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를 계기로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한국공항공사 사장 공석 사태가 재차 부각되고 있다. 콘트롤타워 부재로 인한 위기 대응력이 크게 떨어진 것은 물론 내부 기강 해이도 심각한 수준에 이른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공항공사는 현재 총 312억원에 달하는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기존에 알려진 189억원의 롯데호텔의 면세점 임대료 반환청구 소송(1심 일부승소, 2심 일부패소, 3심 진행 중) 외에도 123억원에 달하는 각종 송사에 휘말린 상태다.

앞서 지난해 초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정치적인 이유로 자진사퇴했다. 이번에 확인된 대한한공 등으로부터 피소된 사건은 대부분 1심 진행 중으로, 수장 공백 이후에 발생했다.

공기업이 수백억 원대의 소송에 휩싸인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무엇보다 경영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 안팎에서 '한국공항공사 직원들이 일하는 법을 잃어버린 것 같다'는 등의 얘기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지난해 공공기관 평가에서 사실상 낙제점인 '미흡' 등급을 받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과거 제주국제공항에서 중국인이 월담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당시 이 공항 종합상황실은 이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된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 특정 공항 종합상황실에서 안전직 간부 선발과 관련한 부정 청탁 사건이 발생했다.

종합상황실 인사 청탁이 발생한 것은 보안과 관련한 한국공항공사의 안일한 인식 수준을 또다시 드러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제주항공 참사 이후 국토부 등 범부처 차원의 '항공안전 혁신방안'을 마련하는 와중에 적발된 사건인 만큼 그냥 넘어가기가 어렵다.

공항은 단 한 번의 사고로도 너무 큰 희생을 치러야 하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 사장 공석 사태가 길어진다고 어중간한 공항 운영을 수긍할 국민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한국공항공사에 안전 리더십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전국 공항 개혁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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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혁 기자

안녕하세요. 건설부동산부 이정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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