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현재 국내에서 자동차를 구매할 때 가장 많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친환경차는 수소전기차다. 신차 구매시 3000만원이 넘는 보조금을 받을 수 있어 6950만원에 출시한 현대차 신형 넥쏘의 경우 거의 절반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전기차에 지급되는 보조금이 꾸준히 줄어들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는 수소전기차 보급을 위해서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수소전기차 판매는 정부와 업계의 기대만큼 늘지 않았다. 국내 유일한 승용 수소전기차 넥쏘는 2018년 출시 이후 지난 3월까지 3만9216대 팔리는데 그쳤다. 넥쏘를 제외한 다른 수소전기차가 출시되지 않은 탓도 있지만, 가장 큰 문제로 꼽혔던 것이 수소 충전 인프라의 부족이다. 전기차는 충전 시간이 오래걸리더라도 아파트, 빌딩 주차장 등에서 충전할 수 있는 반면 수소전기차의 경우 반드시 충전소를 찾아야한다.
전국에 있는 수소충전소는 지난달 말 기준 218개소에 불과하고 서울에는 충전소가 9곳 뿐이다. 서울에 등록된 수소차가 3189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충전소 한 곳을 354대의 수소전기차가 이용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충전소는 대기시간이 길어 예약제를 도입했다.
수소 유관단체들은 국내에 수소전기차가 출시된 이후 꾸준히 충전소 확충에 힘을 써왔다. 그러나 도심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할 땅이 부족하고 설비 비용이 비싸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소충전소 1개소를 설치하려면 땅값을 제외하고 약 30억원이 드는 반면 주유소의 경우 5억원이면 충분하다"며 "수소충전소가 기피시설로 인식되는 측면도 있어 확충이 더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현대차는 최근 대안으로 고압 이동형 수소충전소를 개발했다. 그러나 이 트럭 역시 길이 16.5m, 무게는 36t에 달해 도심 충전을 모두 대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때문에 수소산업 관계자들은 전국 관공서, 정부기관 등의 부지를 이용해 수소충전소를 설치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서소문청사에는 수소충전소가 설치돼있는데 이같은 사례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운영사업자에게 세제 혜택을 부여해야 사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했다.
수소 관련 사업자들이 이처럼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수소 산업의 중요성 때문이다. 수소 에너지는 청정하고 무한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생산 및 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지하자원이 없는 한국은 수소에너지가 미래의 핵심 먹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현재 수소 산업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인사들은 수소사회로의 발걸음이 더뎌지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수소전기차 지급에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부에 '조금만 더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이유다.
한국과 반대로 중국은 빠르게 수소전기차 기술을 끌어올리고 있다. 현대차, 토요타 2파전이었던 수소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은 2023년부터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은 중국을 제치고 수소전기차, 더 나아가 수소생태계의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을까. 정부의 관심이 어느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