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미국 경제지표들이 투자자들의 방향감각을 흔들고 있다. 겉으로는 견조해 보이는 고용도 속을 들여다보면 다른 모습이다. 7월 고용보고서는 신규 고용증가폭이 기대에 못 미쳤고 5·6월 수치가 대규모로 하향수정됐다. 노동시장이 이미 식고 있었다는 뜻이다. 충격은 내용보다 절차에서 더 크게 다가왔다. 노동통계국장이 전격 해임되면서 데이터의 독립성과 신뢰성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후임자는 월간 고용보고서의 잠정중단까지 언급해 시장은 실물지표 공백이라는 새로운 불확실성과 맞닥뜨리게 됐다.
물가지표는 또 다른 신호를 보냈다. 소비자물가는 다소 진정됐지만 근원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3%대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7월 PPI(생산자물가지수)가 예상치를 웃돌며 급등했다. 관세와 공급병목이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을 밀어올렸고 서비스물가도 동반 상승했다. 이는 소비자물가로 전이될 수 있어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하에 중요한 걸림돌이다. 시장은 9월 금리인하를 80% 이상 반영하지만 실제 결정은 지표 흐름에 따라 언제든 수정될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정치적 변수까지 얹혔다. 백악관은 스티븐 마이런을 연준 이사 후보로 지명했다. 감세와 관세, 금리인하에 우호적인 그는 행정부 정책노선을 대변하는 인물로 통화정책의 무게중심이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불확실성을 키운다.
이처럼 고용, 물가, 인사가 모두 상충한 신호를 내놓으면서 시장은 일관된 흐름을 읽기 어렵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복잡한 데이터를 단순한 좌표로 환원하는 틀이다. 바로 '투자시계'(Investment Clock)다.
투자시계는 경기성장과 인플레이션의 두 축으로 시장국면을 네 구간으로 나눈다. 성장률이 높고 물가가 낮으면 주식이 유리하고 성장률이 둔화하고 물가가 높으면 모든 자산이 고전한다. 현재 미국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다. 성장률은 둔화했으나 여전히 플러스고 고용이 약화됐지만 붕괴는 아니다. 물가는 다소 안정됐으나 근원지표와 PPI는 상방압력을 보인다. 이 조합은 회복(Recovery)에서 과열(Overheat)로 넘어가는 경계, 즉 10시 혹은 11시 수준이다. 물론 정책신호에 따라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기울 수도 있는 변곡점이다.
그렇다면 투자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 성장기대만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긴 어렵다. 실적의 질과 가격 전가력이 분명한 기업에 집중해야 한다. 둘째, 채권시장은 금리인하 기대와 인플레 압력이 교차하는 만큼 극단적 장기나 초단기보다 중간 듀레이션 중심이 합리적이다. 셋째, 인플레 재점화에 대비해 원자재, 인플레 연동채, 가격 결정력이 강한 업종을 일부 편입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불완전한 통계에 의존하기보다 기업실적과 미시데이터를 교차검증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의 시장은 호황도 침체도 아니다. 성장둔화와 인플레 압력이 교차하는 복합국면에 서 있다. 투자시계는 회복과 과열의 경계, 10시와 11시 사이를 가리킨다. 시장은 여전히 전진하지만 바늘은 경계 위에서 위태롭게 흔들린다. 지금 필요한 것은 낙관적 베팅이 아니라 냉정한 선별과 압축, 그리고 치밀한 헤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