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경기침체의 티핑포인트

[MT시평]경기침체의 티핑포인트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2025.09.12 02:05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최근 미국 경기지표를 보면 불안한 느낌이 든다. 몇 달 전만 해도 견고해 보이던 고용시장에서 경기침체 직전 국면에나 볼 수 있는 시그널이 나타났다. 최근 미국 노동부는 지난 6월 비농업부문 신규고용창출 결과를 수정해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6월 미국 경제는 일자리를 창출하기는커녕 1만3000개 감소했다. 2021년 이후 4년간 미국 경제에서는 일자리가 월평균 30만개가량 증가했다. 미국 예외주의가 거론될 정도로 고용시장은 탄탄해 보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신규고용이 심각할 정도로 둔화했다. 노동부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신규 일자리가 당초 발표보다 91만개 줄었다고 수정해 발표했다. 노동시장의 냉각이 상당히 오래전부터 진행됐다는 의미다.

기업이 신규채용에 몸을 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AI 도입확산으로 숙련도가 비교적 낮은 업무에서 신규채용이 억제돼서다. 고용둔화가 AI 때문이라면 경기에 대한 충격은 제한적이다. AI 활용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이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고용둔화를 AI 탓만으로 돌리기는 어렵다는 사실이다. 이는 고용이 감소한 분야가 어딘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전문직과 사무직의 신규고용이 줄었지만 동시에 호텔레저와 건설업처럼 AI와 무관해 보이는 직종에서도 고용둔화가 두드러졌다.

경기의 바로미터인 제조업에서도 6월과 8월 각각 7000개와 1만2000개 일자리가 감소했다. 기업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부과 영향과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안해 신규투자를 늦추고 채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고용둔화가 여기에서 멈춘다면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 경제에선 경기사이클이 코로나19 이후 진행된 성장의 후반 국면에 이르렀음을 시사하는 조짐이 나타난다.

경기성장 사이클의 종료가 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가 가계부채다. 최근 악성채무로 볼 수 있는 신용카드론과 할부대출금이 꾸준히 늘어 1조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렇게 고금리 대출이 급증하면서 신용카드론 연체율도 급격히 높아졌다.

최근 미국 가계의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이 3%를 돌파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은행의 여타 대출금도 마찬가지다. 2022년 이후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해 금융위기 직전 수준에 근접했다.

물론 일자리 감소는 더 불길한 소식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제외하고 전체 일자리 감소가 처음 나타난 시기는 2007년 7월이다. 금융위기가 본격화하기 불과 몇 개월 전이다. 가계부채의 부담이 커지면 GDP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비지출이 둔화한다.

해고와 연체율 상승으로 소비둔화가 가시화하면 경기는 티핑포인트를 맞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게 되면 기업의 실적악화와 증시붕괴가 가속화한다. 신규투자도 급감해 경기가 급격히 냉각 국면으로 빠져든다. 연방준비제도가 큰 폭으로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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