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정 종교세력이 야당에 단체로 입당한 정황이 있다. 이에 대해 헌법상의 원칙인 정교분리 위반이라는 비판이 있다. 정교분리에 관해 헌법 20조 2항은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했다.
정교분리는 30년 전쟁 후 베스트팔렌 조약에서 도입된 원칙이다. 종교권력과 정치권력이 결합하면 종교갈등이 국가간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고 실제로 전쟁으로 이어졌다. 이 뼈아픈 경험은 정교분리를 근대국가 원리로 도입하게 했고 위 조약에 의해 종교로부터 해방된 세속적 근대국가가 성립하게 됐다. 이후 독일에는 종교와 분리된 영방국가(領邦國家)가 병립했고 이는 개신교·가톨릭이 혼재된 독일 제2제국의 기초가 됐다. 정교분리는 정치권력이 종교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 정교분리가 구속하는 것은 정치권력이지 종교권력이 아니다. 헌법은 본질상 국가를 구속하는 법이지 민간을 구속하는 법이 아니다. 국가권력이 특정 종교를 지원할 때 정교분리는 흔들리나 특정 종교가 특정 정치세력을 지원하는 것은 정교분리와 무관하다.
선도적 법치주의 헌법을 가지고 있는 독일의 경우 집권여당은 기독교민주연합이고 이 연정에 참여한 바이에른 정당은 기독교사회연합이다. 헌법이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11조에서 '누구든지 종교에 의해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한 것은 국가가 종교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을 천명한 것으로서 지극히 타당하다. 하지만 이것이 종교가 정치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돼선 안 된다.
종교의 자유는 특정 종교를 추종하는 개인과 단체들에 부여된 헌법적 권리고 이들에게는 동시에 정당설립과 정당에 가입할 헌법적 권리가 있다. 특히 정당이 헌법에 그 근거조항이 있고 각종 선거에서 국고 보조를 받을 수 있지만 정당 자체는 비영리사단법인으로서 국가가 아니라는 점에서 최근 사태를 정교분리 위반이라고 하는 것은 침소봉대다. 유신시대 개신교와 5공화국 시절 천주교가 우리의 민주화에 기여한 역할은 지대하다. 이는 당시 정권에 대한 비판이 절대선이어서가 아니라 종교의 정치개입이 애초 헌법상 문제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특정 종교세력의 특정 정당 대거가입 사태가 정책으로 승부하길 두려워하는 그 정당의 정책적 무능함으로 인한 것이라면 한심한 작태로 평가될 수는 있으나 그렇다고 이를 위헌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헌법은 국가가 제어되지 않을 때의 위험을 경고한 규범이지 종교세력을 향한 규범이 아니다.
최근 가자 사태는 이스라엘이라는 국가가 유대교라는 종교, 유대인이라는 민족과 결합할 때 국가의 이름으로 어떤 일까지 벌일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미국이 지도국가가 된 것은 남북전쟁 이후 백인이라는 특정 인종에 매이지 않는 국가가 됐기 때문이고 최근 추락하는 것은 인종적 가치를 다시 국가적 과제로 두는 퇴행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우리가 헌법의 칼을 들이대야 할 것은 국가이지 종교단체나 정당이 아니다. 설사 그 종교단체나 정당이 한심해도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