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소장 송인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또다시 논란이다. 10월 15일 정부가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은 이름과 달리 시장 불균형 규제로 채워져 있다. 내용인즉,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도시가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대출이 사실상 제약됐다. 무주택자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70%에서 40%로 낮아지고, 15억 원 이상 주택은 최대 4억 원까지만, 25억 원 이상은 2억 원까지만 대출할 수 있다. 현금이 넉넉한 사람만이 서울의 주택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구조다. 결국 "현금 부자를 위한 자유로운 시장"을 공식화한 셈이다.
이 정책은 문재인 정부 시절의 '12·16 대책'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정부는 15억 원을 초과하는 아파트에 대한 신규 주담대를 금지하며 "초고가 주택 수요 억제"를 내세웠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15억 원 이상 주택의 수요는 현금 부자로 채워지고, 일반 수요는 15억 원대 이하 아파트로 몰리면서 중간 가격대 가격이 빠르게 15억 가까이 상승했다. 결과로, 2019년에는 '초고가 아파트'로 불리던 15억 원이, 2025년 현재 서울 평균 아파트 가격이 되었다. 최근 KB부동산의 2025년 발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약 14억 원이고, 상위 20%의 서울 아파트 가격 평균은 32억 원을 넘어 새로운 초고가 주택을 형성했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학의 기본 원리를 생각해보면 자연스러운 결과다. 대출이 막히면 자금력이 있는 사람만의 주택시장이 만들어진다. 그 결과 현금 부자 중심의 수요가 고가 주택시장을 형성하고 이러한 거래가 전체 시장의 가격 기준을 다시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는다.
한편, 문재인 정부의 '임대차3법'이 남긴 후유증도 여전하다. 당시 정부는 임차인의 거주 안정을 위해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임대인의 신규 계약이 최대 4년이라는 임차 기간 공식화로 급등했다. 그리고 최근 국회에서 임대차기간을 최대 9년까지 거주를 보장하겠다는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과거의 후유증에 대한 불안감은 또다시 커지고 있다.
지금의 부동산 정책은 '안정'을 표방한 두더지 잡기 게임에 불과해 보인다. 이 게임의 규칙은 단순하다. 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곳을 막는다. 하지만 시장은 다른 곳에서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낸다. 대출 규제는 대출을 기반으로 한 실수요자의 거래를 위축시키고, 임대차 규제는 시장가격을 자극한다. 정부가 두더지를 잡으려고 하면 다른 구멍에서 또 튀어나오는 '두더지 잡기식 정책'의 전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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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는 것이 과연 정책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정치를 위한 것인가? 시장은 언제나 두더지 잡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훨씬 더 정교하고 복잡하다. 정책의 목표가 '가격 안정'이 아니라 '시장 신뢰 회복'이어야 하는 이유다.
주택시장은 실험장이 아니다. 국민 자산의 기반이자, 삶의 질과 직결되는 민생의 핵심 영역이다. 가격 규제로 시장을 시험하려는 방식에서 벗어나, 세대별·소득별로 실수요 중심의 금융지원과 공급정책을 오히려 더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과거의 통계는 명확한 교훈을 제시한다.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이라는 명목으로 시장에 개입했을 때, 그 결과가 의도와 달리 시장을 왜곡시키고 문제를 심화시켰다면, 이는 같은 방식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개선을 고민해야 할 신호다. 언제까지 두더지 잡기식 대책으로 시장을 달래야 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