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쓰러진 사다리, 청년의 추락

[광화문]쓰러진 사다리, 청년의 추락

배성민 기자
2025.10.31 04:15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김기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정책연구실 부실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국회 주도 첫 다차원 불평등 지수 연구 결과 발표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2025.10.28. suncho21@newsis.com /사진=조성봉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김기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정책연구실 부실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국회 주도 첫 다차원 불평등 지수 연구 결과 발표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2025.10.28. [email protected] /사진=조성봉

20∼30대 청년가구의 소득이 사상 처음으로 전년보다 줄어든 것은 꼭 10년 전이었다. "단군 이래 부모보다 못 사는 세대의 첫 출현"에 깜짝 놀랐던 것도 그쯤이었다. 정확히는 2인 이상 가구의 2015년 월평균 소득이 1년전보다 0.6% 줄어든 것이다. 청년 실업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비정규직 비중이 늘어난데다 전·월세 급등으로 주거비 부담마저 커져 소득 감소의 생채기는 더 깊어졌다. 2015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7%였다.

그로부터 10년 뒤 한국 2030세대를 겨냥한 캄보디아 범죄단지로 떠들썩한 요즘 청년들을 포함한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어떻게 됐을까. 정확히는 조금씩이라도 살림살이가 나아지고 더 잘 살게 됐는지(계층 이동성)에 대한 궁금증이다. 국가데이터처가 27일 발표한 '2023년 소득 이동 통계'를 보면, 계층 이동의 사다리는 무너져가고 있다. 소득분위가 한단계라도 상승한 이들의 비율은 2021년부터 3년 연속 하락했다. 한마디로 말하면 교육이든, 취업이든, 이직이든 자신의 노력으로 가난을 벗어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국회 입법조사처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8일 내놓은 다차원 불평등 지수를 보면 상황은 더욱 암울하다. 다차원 불평등 지수는 소득뿐 아니라 자산ㆍ교육ㆍ건강 불평등 지표를 묶어 단일 지수화한 것으로, 국민 삶 전반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낸다. 이 지수는 2011년 0.179에서 2023년 0.190으로 상승(높을수록 불평등)했다.

연금과 사회보장 등으로 소득만 떼서 보면 불평등이 다소 완화된 반면 자산 불평등은 이른바 부동산 가격이 꿈틀거리기 시작한 2018년 이후 지속해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교육 분야를 떼내서 보면 가구 소득 상위 20%(5분위)의 자녀가 국내 상위 50개 대학에 진학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2023년 고등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를 살펴보면 월소득 200만원 미만의 저소득층은 38만원을 쓴 반면, 월소득 800만원 이상의 고소득층은 97만원을 지출했다. 서울의 1인당 사교육비는 104만원으로, 읍면 지역(58만원)보다 1.8배 많았다.

어려운 과정을 뚫고 대학이나 상급학교에 진학한 후 취업까지 이르더라도 불평등은 이어진다. 예를 들어, 주거비 부담이나 학자금 대출 상환 목적 등으로 아르바이트 시간을 늘리면 학업 성적과 정신 건강이 악화되고, 이는 취업 시장에서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는 식이다.

자영업이나 스타트업 등 창업에서는 어떨까. 한국의 창업 생존율은 5년 차 기준 29%에 불과하다. 창업에 실패한 이들은 대출상환 압박과 빚 돌려막기 등으로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져 재창업은커녕 취업조차 어려워진다.

최근 캄보디아의 범죄단지에서 한국 청년들이 다수 발견되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고소득 해외 알바가 있다는 허위 구인광고에 속아 캄보디아로 간 취업자들과 이들을 꼬드긴 이들의 상당수도 20 ~ 30대였다. 국내에서는 일자리 부족과 사회적 낙인 속에서 창업 실패자들이 재기의 기회를 잃고 사회 밖으로 밀려나고 취업 준비생이나 연예계, 스포츠계에서 중도에 탈락한 이들이 늘어나는 현상과 무관치 않다.

정부는 관세협상과 부동산에 치우친 자금을 증시 등 생산적 분야로 전환시키겠다며 발벗고 나선다. 하지만 해당 정책들이 성공해도 대기업들은 미국에 공장을 짓고 증시 상승의 수혜를 입는 이들도 청년과는 거리가 있다. 불평등의 고리를 끊고 청년들을 끌어올릴 사다리를 튼튼히 해주는 과감한 정책 전환이 필수적이다. 쓰러진 사다리는 멀쩡할지 몰라도 사다리에 올라탔던 이들은 낙하의 속도와 떨어진 곳에 따라 회복이 어렵다. 쓰러진 이들은 깊은 좌절의 늪에 빠지고 어느 곳에선가 또 유혹에 시달린다.

배성민 경제에디터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배성민 경제에디터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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