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칼럼]현대미포조선과 베트남

[김화진칼럼]현대미포조선과 베트남

김화진 미시간대 석좌교수
2026.05.19 15:00
김화진 미시간대 석좌교수
김화진 미시간대 석좌교수

울산 HD현대중공업의 서쪽에서 현대자동차 공장과 나란히 울산항을 마주 보고 있던 현대미포조선은 중형선박 제조사였다. 중형선박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였던 회사다. 현대중공업그룹의 계열회사였다. 원래 미포만에 있었기 때문에 미포조선이라는 이름을 썼는데 방어동으로 이전한 후에도 이름은 그대로 썼다.

현대미포조선은 HD현대미포로 상호를 바꾸었다가 2025년 12월에 HD현대중공업에 흡수합병되었다. 방위산업을 확대하고 미국의 '마스가 프로젝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HD현대중공업의 특수선사업부(방산) 중심으로 그룹의 역량을 모두 집중시킨다는 계획이 있다. HD현대중공업은 군함 건조 경험이 많고 HD현대미포는 군함 건조에 적합한 규모의 독(dock)과 설비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합병을 통해 두 회사의 역량과 설비 인프라를 통합해 함정 영업을 더욱 확대하고 건조 실적 통합으로 특수목적선 관련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고 한다. 기후 온난화로 북극권 개발이 가시화되는 추세에 대비해 쇄빙선 등 특수목적선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도 고려되었다.

현대미포는 1975년에 일본 가와사키중공업과 합작으로 설립되었던 회사다. 1983년에 상장회사가 되었다. 선박수리사업 위주로 출발해서 신조선 회사가 되었다. 1995년에 총 수리척수 6000척, 2018년에 총 건조 1000척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세계 최고의 에코십 기술력을 가지고 친환경선박 시장을 석권했다.

현대미포조선이 1996년 10월에 베트남의 비나신과 7:3 합작으로 현대비나신조선을 설립한 것이 HD현대베트남조선(HVS: HD Hyundai Vietnam Shipbuilding)의 시작이다. 2024년에 모기업인 현대미포조선이 상호와 CI를 변경하면서 현대베트남조선도 HD현대베트남조선으로 상호와 CI를 변경했다. HD현대미포가 55% 지분을 보유했다. 현재 약 5000명이 일하는 HVS는 베트남 카인호아성 닌호아에 있다. 닌호아는 다낭과 호찌민시 사이의 중간쯤에 위치한 해안 도시다.

HVS는 케미컬탱커선과 벌크선을 주로 건조한다. 1996년에 현대미포조선이 국내에서 선박 수리·개조사업의 지속적인 경쟁력 유지에 한계를 느끼고 신조선으로 전환하면서 그 대신 해외에서 수리선 사업을 하기 위해 설립되었던 회사다. 1999년에 조선소가 준공되고 60여 척의 선박을 수리하는 실적을 올렸다. 조선업이 호황이던 2008년에 수리와 신조를 병행하기 시작했다.

신조를 병행하면서 조선소 부지와 공장, 안벽 등 시설을 확장했고 2009년에는 현대미포조선에도 없는 450톤급 갠트리 크레인을 설치, 운용하기도 했다. 현대미포조선 본사로 밀려드는 수주량이 넘치자 2011년에는 HVS도 완전히 신조로 전환하게 된다. 현대미포조선 측에서 선주사와 협의를 통해 HVS에 하청으로 건조물량을 주는 방식이다. 자연스럽게 현대미포조선이 설계와 공정관리 등에 직접 관여하면서 기술을 전수하고 품질을 관리하면서 점차 수주 물량이 늘었다.

HVS는 본사 대비 인건비가 4분의 1 수준이어서 영업이익률이 좋다. 그러나 노동력 비용이 낮다는 점에만 의존하는 경우 선주들로부터 신뢰를 받기 어려운 위험이 있다. 다른 외국계 조선사들이 실패한 이유다. HVS는 철저한 공정관리로 현지에서 신뢰받는다.

HVS는 2019년에 100번째 선박 건조를 달성했다. 2020년에 베트남 1위 조선소의 위치를 유지하고 더 발전하기 위해 상호를 HVS로 변경했던 것이다. 같은 해 야드에 700톤급 갠트리 크레인을 다시 설치해 운용하기 시작했는데 연 생산능력을 10만8000톤에서 13만6000톤으로 늘려 건조량 증가에 대비했다.

약 90개의 조선사가 있는 베트남은 한국보다 3배 이상 큰 나라이고 인구도 2배 정도다. 경제는 중국과 유사한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정치는 공산당 독재지만 경제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채택했다.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다음의 경제 수준이지만 성장이 빠르다. 2025년에 경제성장률 8.02%를 달성했다. 석유와 천연가스가 나는 말레이시아보다 인구가 3배여서 총경제규모는 비슷하다.

한국은 베트남 최대의 투자국가다. 시내 곳곳에 한국기업들의 이름이 보인다. 조선산업은 HD현대가, 산업 전반으로는 삼성이 큰 역할을 한다. 2008년에 삼성전자가 하노이 북부 박닌 지역에 지은 휴대폰 생산공장이 베트남 경제에 큰 기여를 했다. 지금도 수출의 4분의 1 정도가 삼성과 관련이 있다.

베트남 최대의 민간기업은 빈그룹(Vingroup)인데 약 50개 계열사로 베트남 증시 시총의 20% 정도를 차지한다. 스마트폰을 접은 후부터 자동차에 매진하고 있지만 신통치 않아서 호텔, 리조트 등 부동산과 관광산업이 주력이다. 호찌민시에 있는 베트남 최고층 81층 빌딩 랜드마크81의 소유주이기도 하다.

그러나 부동산이나 유통업보다는 조선산업이 한 나라의 경제를 크게 성장시킬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일본과 한국이 증명한 바와 같고 바로 중국이 그 사실을 배웠다. 조선산업이 나라의 외화 수입에 크게 기여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베트남은 그 교훈을 잘 알고 있는 나라다. 나라의 지형과 3200km의 해안, 복잡한 내수로도 조선산업의 발달을 필요로 한다. 한국 조선과 베트남이 계속 동행하게 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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