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 칼럼] 왜 흥정에는 집요하고 손실에는 무덤덤할까

[유효상 칼럼] 왜 흥정에는 집요하고 손실에는 무덤덤할까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2026.06.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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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배달비 3000원을 아끼려고 리뷰 이벤트에 참여하는 사람, 당근마켓에서 몇 천 원을 더 깎아보겠다고 밤늦게까지 채팅창을 붙들고 있는 사람, 편의점에서 1+1 상품만 찾는 사람. 이렇게 현대인의 일상은 '가성비'와 '치밀함'으로 무장되어 있다. 그런데 이들이 주식 거래를 위해 MTS(Mobile Trading System) 앱을 여는 순간,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 보유 종목이 한 달 사이 30%나 빠져도 별다른 동요 없이 "좀 더 기다려보자"며 덤덤하다. 천 원짜리 흥정에는 그토록 집요했던 사람이, 수백만 원의 평가손실 앞에서는 어째서 이토록 태연할까.

대부분의 사람은 '손실회피(Loss Aversion)' 성향이 강해서 손실 앞에서 격렬하게 반응하거나 서둘러 손절할 것 같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수백만 원이 깨져도 허탈하게 웃어넘기거나, 아예 앱을 지우고 계좌를 방치하는 모습이 훨씬 흔하다. 그러나 이 '무덤덤한 방치'야말로 손실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뇌가 선택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손실회피의 증거다. 매도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는 '진짜 손실'이 아니라며, "아직 판 게 아니니 돈이 완전히 날아간 건 아니다", "언젠가 기회가 오겠지"라고 되뇌며 고통을 뒤로 미루는 것이다. 겉으로는 포기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손실 확정이라는 끔찍한 고통을 피하려는 고육지책(苦肉之策)이다.

위험을 마주하면 모래 속에 머리를 박아버리는 타조처럼, 투자자들은 주가가 폭락할 때 계좌를 들여다보는 빈도를 급격히 줄인다.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받으면 인간의 방어기제는 그 자극원 자체를 차단해 버리는 경향을 보인다. 앱을 지우고 쳐다보지 않는 식이다. 반대편에서는 정반대의 모습도 나타난다. "지금 마이너스 30%인데 여기서 팔아봤자 의미 없다. 차라리 묻어두고 대박을 노리거나 본전이 올 때까지 버티자"는 도박사의 심리로, 반토막 난 종목을 오히려 대범하게 끌고 가는 것이다. 외면이든 버팀이든 본질은 같다. 매도 버튼을 누르는 순간 찾아올 손실 확정의 고통을 감당할 엄두가 나지 않아, 아예 눈을 감아버리는 수동적 회피일 뿐이다. 천 원을 깎을 때는 그토록 꼼꼼하게 통제력을 발휘하던 사람이, 통제할 수 없는 손실 앞에서는 손을 놓아버린다.

이러한 모순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시카고대 리처드 세일러 교수는 '멘탈 어카운팅(Mental Accounting, 심리 계좌)' 이론으로 설명한다. 전통 경제학은 돈이 어디서 왔든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는 '대체 가능성(Fungibility)'을 전제로 한다. 만 원짜리 지폐는 월급에서 나왔든 길에서 주웠든 똑같이 만 원이어야 한다. 그러나 세일러는 사람들이 머릿속에 여러 개의 가상 계좌를 만들어 놓고, 계좌마다 각각의 꼬리표를 붙여 전혀 다른 규율을 적용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당근마켓 거래용 돈과 주식 거래를 위한 돈이 심리적으로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당근마켓에서의 거래는 '생활비'라는 심리 계좌를 사용한다. 이 계좌 안의 돈은 신성한 근로의 대가로 인식된다. 그래서 이 돈을 쓸 때는 '상실의 고통(Pain of Paying)'을 느낀다. 동시에 좋은 가격에 물건을 샀다는 사실 자체가 주는 만족, 즉 '거래 효용(Transaction Utility)'도 이 계좌 안에서 작동한다. 1000원을 깎아냈을 때 느끼는 뿌듯함은 절약한 금액의 크기와 무관하게, "나는 합리적 소비자"라는 자기 인식을 확인하는 절차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부자든 아니든 이 계좌 앞에서는 누구나 똑같이 집요하고 깐깐해진다.

그러나 주식 거래는 전혀 다른 심리 계좌, 즉 '투자 계좌' 혹은 '공돈 계좌(Windfall Gains)'에 담긴다. 주식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피땀 흘려 번 돈이 아니라 '공돈'으로 분류하는 것은 인간의 독특한 심리적 기전 때문이다. 코스피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사적 고점을 돌파하며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투자자들은 몇 달 사이 불어난 평가차익에 들떠 있다. 그런데 이 돈을 다루는 방식은 월급과는 완전히 다르다. 월급이 들어오면 적금부터 들던 사람도, 주식 계좌에 찍힌 수익을 보면 망설임 없이 비싼 시계나 가방을 사거나 평소라면 거들떠보지 않았을 레스토랑을 예약한다. 세일러와 행동경제학자 에릭 존슨이 1990년 도박 실험에서 발견한 '하우스 머니 효과(House Money Effect)'가 바로 이 장면이다. 도박판에서 딴 돈은 '카지노가 준 공돈'처럼 취급되어, 평소보다 훨씬 과감한 베팅으로 이어진다.

이 패턴은 최근 한국 증시에서 한층 두드러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새로 상장되자, 이미 본 계좌에서 수익을 거둔 투자자들이 그 차익을 더 높은 변동성의 상품으로 옮겨 타는 모습이 곳곳에서 관찰됐다. 같은 시기 코스피 상승 종목 수가 하락 종목 수의 10분의 1에도 못 미쳤던 날들이 반복됐다는 사실은, 이런 베팅이 소수의 인기 종목으로 쏠리며 시장의 양극화를 더 키우고 있다는 정황을 보여준다. 신용융자 잔액이 40조 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전세보증금을 빼거나 마이너스통장을 새로 개설해 레버리지 상품에 베팅하는 60대 이상 투자자들의 사례도 잇따라 보도됐다. 아직 손에 쥐어보지도 않은 미래의 수익을 빌려와 베팅하는 이 모습은, 하우스 머니 효과가 빚으로까지 확장된 가장 극단적인 버전이다.

그렇다면 손실이 났을 때는 왜 정반대의 모습이 나타날까. 세일러는 이를 '본전 찾기 효과(Break-Even Effect)'라 불렀다. 수익이 난 상태에서는 평소와 다르게 위험을 더 적극적으로 떠안고, 손실이 난 상태에서도 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오히려 더 큰 위험을 감수하려 든다는 것이다. 두 행동 모두 합리적인 위험 관리와는 거리가 멀지만 방향은 정반대다. 여기에 '처분 효과(Disposition Effect)'가 맞물리면, 오른 종목은 '횡재한 돈'이니 서둘러 차익을 실현해 다른 위험한 베팅에 써버리고, 떨어진 종목은 '아직 내 돈'이라는 생각에 본전이 올 때까지 무작정 붙들고 있는 행태로 이어진다. 손실을 인정하는 순간 그 계좌의 장부를 닫아야 하는데, '미실현 손실'로 남겨두면 그 고통을 무한정 미룰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향후 상승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버티는 '다이아몬드 손(Diamond Hands)'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방치는 확신이 아니라 회피다.

이 심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멘탈 어카운팅이 자산 배분 전체를 왜곡하기 때문이다. 평가차익을 별도의 계좌로 취급하는 투자자는 포트폴리오의 위험 수준을 적정하게 관리하지 못한다. 본래 계획했던 자산 배분 비율은 무너지고, 수익이 난 종목의 비중은 점점 커지며 포트폴리오 전체가 의도하지 않은 고위험 상태로 흘러간다. 시장이 꺾이는 순간, 투자자는 자신이 언제 그렇게 위험한 자리에 서게 됐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큰 손실을 마주하게 된다.

이런 비대칭이 누적되면 시장 전체의 구조를 흔든다. 해외 투자은행들은 최근 코스피의 밸류에이션이 과열 국면에 들어섰다고 잇따라 경고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코스피 전반의 실적 개선세가 주가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는 꺾이지 않는다. 이미 손에 쥔 평가차익을 공돈으로 여기는 한, 밸류에이션 경고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외국인이 순매도로 돌아서고 레버리지 상품의 변동성이 커지는 와중에도, 정작 자신의 포트폴리오가 얼마나 위험한 자산에 쏠려 있는지 점검하는 투자자는 드물다.

중고 거래 채팅창에서 몇 천 원을 깎기 위해 발휘하는 인간의 깐깐함은 비합리적인 인색함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가치 있고 건강한 '손실 감수성'의 발현이다. 진짜 문제는 그 깐깐함이 오직 생활비 계좌 안에만 갇혀 있다는 사실이다.

1000원을 깎던 그 손끝의 집요함이 매도 버튼 앞에서 사라지는 게 아니라, 애초에 그 버튼을 누르는 고통을 피하려는 더 강력한 회피 본능에게 자리를 내준 것뿐이다. 흥정은 욕심이 아니라 절제의 습관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손실 앞에서 잊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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