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 칼럼] 왜 SK하이닉스는 '4중 중복상장'이라는 무리수를 두려고 할까

[유효상 칼럼] 왜 SK하이닉스는 '4중 중복상장'이라는 무리수를 두려고 할까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2026.09.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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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최근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기업용 SSD(eSSD) 등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시장의 관심은 호실적보다 핵심 자회사인 솔리다임(Solidigm)의 향후 행보에 쏠리고 있다. 솔리다임을 미국 나스닥에 별도 상장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4중 중복상장' 논란이 거세기 때문이다.

현재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을 정점으로 SK㈜, SK스퀘어, 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수직적 상장 구조를 갖고 있다. 여기에 SK하이닉스가 미국에서 AI 사업을 위해 기존 솔리다임의 사명을 AI컴퍼니로 변경하고, 기존 NAND·eSSD 사업을 신설된 자회사인 솔리다임으로 이전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만약 신설 솔리다임이 나스닥에 상장한다면 SK㈜ → SK스퀘어 → SK하이닉스 → AI컴퍼니 → 솔리다임이라는 5단계 피라미드 구조 속에 무려 4개의 상장사가 존재하는 복잡한 지배구조가 만들어지게 된다.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Pre-IPO 규모와 나스닥 상장의 구체적인 일정까지 거론되고, 미국 현지 운용사들은 솔리다임 연계 상장지수펀드(ETF) 등록신고서를 제출하는 등 상장이 가시화되는 분위기지만, SK하이닉스는 "검토 중이며 확정된 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 상장만을 원했다면 기존 법인을 그대로 상장해도 충분했을 것이다. 그런데 왜 기존 회사를 AI컴퍼니로 바꾸고, 그 아래에 새로운 솔리다임을 배치하는 복잡한 구조를 만들었을까. 시장에서는 이를 SK그룹 지배구조상의 한계를 해소하기 위한 자본 재배치 전략으로 본다. SK하이닉스의 막대한 성과가 최상위 지주사인 SK㈜로 귀속되려면 중간지주사인 SK스퀘어를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과세 부담과 배당 효율 저하 등 구조적 병목이 생긴다. 미국 자회사를 중간 고리로 활용해 이러한 구조적 제약을 우회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AI컴퍼니를 중심으로 AI 소프트웨어와 시스템 최적화, 관련 기업 투자 등 새로운 성장사업을 추진하고, 기존 솔리다임의 eSSD 사업은 AI 데이터센터와 연결되는 핵심 인프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즉 AI컴퍼니는 솔리다임을 관리하기 위한 조직이 아니라 AI 생태계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한 플랫폼이라는 설명이다.

그런데 문제는 SK하이닉스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AI컴퍼니에 SK㈜,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 다른 계열사도 자본을 투입하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기존처럼 솔리다임의 지분을 SK하이닉스가 100% 보유한다면 향후 솔리다임 사업이 성장하면서 발생하는 이익과 기업가치 상승은 모두 SK하이닉스의 자산가치와 주주가치에 연결된다. 그러나 AI컴퍼니를 별도로 만들고 그 아래에 새로운 솔리다임을 배치한 뒤 다른 계열사가 AI컴퍼니의 주주로 참여한다면 앞으로 AI컴퍼니와 그 자회사에서 창출되는 가치는 SK하이닉스에만 귀속되는 구조와는 달라진다. 그 가치의 일부가 SK 계열사와 상장에 참여한 다른 주주들에게도 돌아가기 때문이다.

바로 이 때문에 시장 일각에서는 AI컴퍼니를 'SK그룹의 현금 창출의 우회로'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솔리다임이 AI 데이터센터 시장의 성장과 함께 막대한 현금과 기업가치를 창출할 경우, 그 가치가 SK하이닉스에만 축적되지 않고 AI컴퍼니를 거쳐 여러 계열사가 함께 공유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를 SK하이닉스 자회사가 창출할 수익을 계열사로 이전하려는 장치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더 근본적인 의문은 SK하이닉스가 이미 자본과 경영 역량을 투입해 키워온 사업을 왜 별도의 AI컴퍼니 아래에 배치하고, 그 회사에 다른 계열사까지 참여시키는 구조를 만들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그 구조를 통해 새롭게 만들어지는 기업가치와 현금흐름이 궁극적으로 누구에게, 어떤 비율로 귀속되는가 하는 점이다. SK하이닉스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자신의 경제적 권리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2020년 인텔의 NAND 사업을 인수한 이후 상당 기간 적자를 기록하며 재무적 부담으로 평가받던 사업이다. 그동안의 투자와 사업 위험을 SK하이닉스가 감당해 왔는데, AI 반도체 시장의 성장과 함께 사업의 가치가 높아지는 시점에 외부 투자자를 받아들이는 구조가 된다면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어려울 때는 우리 혼자 위험을 부담했는데, 잘되니까 계열사와 새로운 투자자들에게 과실을 나눠주라는 것이냐"라는 불만이 나올 수 있다. 따라서 상장을 통해 새롭게 만들어지는 가치가 기존 SK하이닉스 주주가 부담하게 되는 지분 희석과 가치 배분의 변화를 충분히 상쇄할 수 있어야 한다.

SK 입장에서 솔리다임의 나스닥 상장은 명분이 있다. AI 데이터센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자금을 확보하고, eSSD와 AI 데이터 인프라 기업에 높은 평가를 내리는 미국 자본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경영전략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으나, 문제는 밸류에이션 재평가의 과실이 기존 SK하이닉스 주주에게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AI컴퍼니에 참여한 계열사와 신규 외부 투자자에게 분산된다는 점이다.

사실 SK의 알짜 사업 쪼개기 상장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을 전후해 '파이낸셜 스토리'를 앞세워 SK바이오팜, SK아이이테크놀로지, SK바이오사이언스 등 핵심 성장 사업을 잇달아 분할 상장하면서 외부 자본을 유치했다. 하지만 결국 과도한 재무 부담으로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구조조정)을 초래했다. 이번 솔리다임 상장이 '파이낸셜 스토리 시즌 2'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는 동일한 패턴의 반복에 대한 경계감 때문이다.

게다가 자금 조달이나 미국 시장 진출이라는 명분 역시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현재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호황을 바탕으로 막대한 영업현금흐름과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수조 원 규모의 투자금이 필요하더라도 자체 현금흐름으로 충분히 가능한데, 굳이 성장성이 높은 자회사의 주식을 외부에 매각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SK하이닉스는 이미 미국 자본시장에 ADR을 상장해 글로벌 투자자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글로벌 자본시장 접근성 확보'만으로는 자회사 상장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상장 여부가 아니라 가치의 배분이다. SK하이닉스가 직접 보유한 사업을 AI컴퍼니라는 별도의 플랫폼 아래에 배치하고 다른 계열사까지 참여시키는 것이 전체 기업가치를 키우기 위한 것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효과가 기존 SK하이닉스 주주에게도 돌아가야 한다. 반대로 기존 주주가 키워온 성장 자산을 별도의 법인으로 옮기고 계열사 및 외부 투자자와 그 과실을 나누는 구조라면, '사업 효율화'라는 두루뭉술한 설명으로는 부족하다. 결국 SK하이닉스 일반주주의 관점에서는 알짜 자산과 미래 수익을 타 계열사 및 외부 투자자에게 내주는 '주주가치 훼손'이자 '수익의 타 계열사 이전'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SK가 솔리다임의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려면 최소한의 정당성을 입증할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먼저 상장의 당위성과 복잡한 구조의 필요성, 계열사 참여 배경, 그리고 주가 하락 시 주주 보상 방안에 대한 투명한 설명이 선행되어야 한다. 나아가 상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주매출 대금 전액을 SK하이닉스 자사주 매입·소각 및 특별배당에 투입하여 주주환원 재원으로 귀속시키거나, 기존 SK하이닉스 주주들에게 신주 우선 청약권을 부여하는 등의 실질적인 주주 보호 대책도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보다 근본적으로 SK㈜ → SK스퀘어 → 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수직 지배구조 고리를 단축하는 지배구조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명확한 사후 대책과 지배구조 개혁 없이 나스닥 상장을 강행한다면, 이는 글로벌 진출이라는 명분 뒤에 숨은 'K-디스카운트의 해외 수출'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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