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 한 번 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경구용 임신 중지 약물 '미프진'을 판매 중인 한 웹사이트 상담방에 기자가 문의를 남기자 돌아온 답변이다. 자신을 '약사'라고 밝힌 상담원은 구토·두통 등 부작용 가능성을 안내하면서도 "부작용은 점차 사라진다" "약 포장지 QR코드로 정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며 안심시켰다. 온라인 판매 페이지에는 '임신 중지 서비스는 의사 및 의료 전문가와 협력해 제공한다'며 사실 확인이 어려운 문구도 적혀있었다.
이처럼 오랫동안 음지에서 유통돼온 미프진은 이르면 내년 1분기 안에 국내 정식 도입을 앞두고 있다. 10년 이상 제도 밖에서 방치된 약을 국가 의료체계 내에서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약물 사용 범위를 임신 9주 이내로 제한하고, 초기 2년간은 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하도록 하는 등 단계적 설계안을 내놨다.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7년 만의 움직임이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접근 구조가 음성화됐던 임신 중지 약물의 문제를 수면 위로 띄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무분별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선택이었다. 문제는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답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처방 의사 자격, 미성년자 처방 허용 여부, 취약계층 접근성 확대 등 세부 내용에 대해선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은 채, '선 도입 후 논의' 입장을 보였다. 임신부의 건강 문제 등 '의학적' 사유에 따른 낙태와 '비의학적'(사회·경제적) 사유에 따른 낙태를 구분할 기준도 없다. 의료계가 요구하는 양심적 진료 거부권이나 법적 보호 장치도 구체화되지 않았다.
미프진 정식 처방이 이뤄지기까지 남은 시간은 길어야 6개월이다. 그 안에 멈춰 선 입법 공백을 메우고 필요한 세부 지침을 서둘러 확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실사용 현황과 이상 사례 등 추적 관찰, 합병증에 대비한 안전망이 의료기관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세밀한 진료·관리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이번 제도화의 목적은 단순히 약을 들여오는 것이 아닌 약을 안전하게 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어야 한다. 미프진 도입이 외려 안전망의 공백을 남기지 않도록, 남은 과제를 매듭짓고 도입과 관리 기준의 '선후관계'를 바로잡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