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 객석 3% '공헌석'지정
오래된 나무는 혼자서도 숲을 이룬다. 인간사도 이와 같아 한 분야에서 커다란 족적을 남긴 대가들의 발자취는 뒤따르는 사람에게 큰 모범으로 남아 모두가 이를 따르고자 한다.
이종덕 성남아트센터 사장이야말로 우리나라 공연예술 행정의 산 증인이자 역사라 할 수 있다. 이 사장의 경력에서 한국 문화예술행정의 발자취를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30년 넘은 문공부 근무와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상임이사,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 사장 등을 거쳤다.

이 사장은 최근 세계문화 올림픽인 '2009제주세계델픽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됐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델픽대회는 오는 9월9일부터 15일까지 제주도에서 세계 40여국 1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다. 6개부문 18개 종목의 다양한 예술장르에서 기량을 겨룬다.
공연예술의 현장에서 열정을 불사르는 그를 만났다.
― 델픽대회 조직위원장으로 선임되셨는데, 축하드립니다.
▶ 갑작스럽게 맡게 돼서 어떻게 해야 할까 곰곰이 궁리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행사인 만큼 모두의 중지를 모아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88올림픽과 2002 월드컵을 잘 치러내 국위를 크게 선양했는데 이제 델픽을 잘 치러내서 세계적으로 문화국가 한국으로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화려한 이력과 높은 경륜을 갖고 계신 분을 수장으로 모시고 있는 성남아트센터는 참 행복한 곳이란 생각이 듭니다. 취임후 지금까지 성과라면 무엇을 드시겠습니까.
▶ 성남아트센터가 생긴지 이제 겨우 3년을 넘겼지만 적어도 국내에서 만큼은 빅3공연장으로 완전하게 진입했습니다. 이렇게 빠르게 성장한 이면에는 아트센터 모든 조직원들의 열성이 배어 있습니다.
내용적인 면에서도 말러 스페셜리스트로 이름 높은 길버트 카플란의 최초 내한을 시작으로 뮤지컬 '미스사이공'의 한국 초연, 장예모가 연출한 무용극 홍등의 한국 초연 등 우리 시대 첨단 문화코드가 녹아 든 화제의 무대가 이어졌습니다.
또 올해는 유럽현대무용의 선두주자인 에미오 그레코와 여러 국가 무용가들이 함께 만든 `비욘드'의 세계초연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등 아트센터의 위상이 탄탄하게 잡혔다고 자부합니다.
이밖에 국내외 유수 무용단들의 축제인 성남국제무용제를 개최하면서 공연장은 물론 공원과 야외 광장, 시장 등 관객들을 직접 찾아가는 공연을 통해 대중들이 자연스럽게 무용과 친해지는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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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성남 국제청소년관현악페스티벌은 한국, 중국, 일본, 독일 등 세계 각국의 청소년들이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뛰어넘어 음악으로 하나가 되고, 미래 음악계를 이끌 인재를 발굴하는 무대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끊임없는 새로운 시도와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펼쳐온 결과 지난해 5월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공연은 누적관객 100만명을 돌파했고, 현재 전시관객까지 합치면 200만명이 넘는 관객이 성남아트센터를 찾았습니다.
―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 등 우리나라 대표적인 공연장의 수장을 거치셨는데 그때마다 괄목할만한 성과를 남기셨습니다. 비결이 무엇입니까. 또 특별한 인연이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지.
▶ 특별한 비결이란게 있을 수 있겠습니까. 다만 저는 원칙에 벗어나지 않는 한 해야 할 일은 반드시 꼭 해내야 한다는 주의입니다. 제가 조금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한번 굳힌 마음은 반드시 관철시켜 일을 끝내는 성격입니다. 다행히 그 결과들이 큰 허물이 없어 모든 분들이 좋게 봐주시니 감사할 뿐이죠.
40년이 넘는 시간을 문화예술과 함께 했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아티스트들을 만났고, 다양한 일들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일들이 있습니다.
우선 피아니스트 정명훈씨가 모스크바에서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1등 없는 2등으로 입상했을 때 일인데, 그 당시만 해도 아직 우리나라가 세계에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라 외국에서 좋은 성과를 낸 체육인들에게는 카퍼레이드와 언론보도 등을 해주곤 했습니다. 그런데 예술인들은 그런 공헌을 세워도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게 늘 안타까웠지요. 저는 입상 소식을 듣자마자 행사를 준비해서 정명훈씨가 귀국할 때 김포공항에서 서울 시내까지 카퍼레이드를 벌이고 시청 광장에서 수많은 환영객과 함께 축하무대를 마련해 그를 맞았습니다. 그 당시 예술인의 사기를 진작시켜 준 대단한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고, 그 일을 계기로 정명훈씨뿐 아니라 그 가족들과도 지금까지 좋은 인연을 계속 이어오고 있습니다.
또 장예모 감독의 무용극 '홍등'을 유치한 과정도 기억에 남습니다. 세종문화회관 사장시절부터 중국 극장들과 교류에 관심을 갖고 있다가 성남아트센터에 오면서 이를 구체화했습니다. 중국 세기극장과 교류를 시작하면서 자매결연을 맺고 자주 왕래하면서 2006년부터 '홍등'공연 유치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당시 중국에서는 전체 10회 공연 계약과 '국립극장'공연을 제시했었습니다. 전에도 많은 공연 기획자들이 이 공연을 들여오려다 이런 조건 때문에 수차례 불발로 끝났지만 세기극장 총경리와 각별한 인연을 통해 성남아트센터에서 역사적인 한국 초연 무대를 갖게 됐습니다.
최근에도 이런 인연으로 중국 랴오닝가무단이 이 곳 오페라하우스에서 가무극 `여인의 향기'를 선보였습니다.
― 이제 예술도 소위 돈이 돼야 한다고 합니다. 공연장이 적자만 봐서는 안 되지 않을까요.
▶ 맞습니다. 이제는 예술공연장들도 당연히 경영원리에 따른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시장 사정도 많이 변해 이를 가능하게 합니다. 훌륭한 공연을 알차게 기획하고 공연해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어야 합니다. 다행히 제가 맡았던 공연장들은 모두 재정자립도가 크게 신장됐습니다. 그 곳들과 사정과 여건이 크게 다르지만 성남아트센터도 자립기반을 구축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만 자치단체의 지원을 받는 입장에서 특별한 기능도 동시에 수행해야 합니다. 성남아트센터의 특성이 있습니다.
― 올해 성남아트센터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이나 공연이 있으신지요.
▶ 성남아트센터의 올해 가장 대표적인 사업은 바로 뮤지컬 `남한산성'제작입니다. 그동안 공연장의 역할뿐 아니라 자체제작 오페라로 문화 공급원으로서 역할도 꾸준히 했습니다. 자체 제작한 오페라 `파우스트'와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는 KBS가 각각 그 해 최고의 공연으로 선정했습니다. 성남을 대표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들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가 성남 뿐 아니라 경기도의 대표적 문화유산인 남한산성으로 공연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때마침 김훈 작가의 `남한산성'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이를 원작으로 뮤지컬 제작 계획을 세웠고 올해 본격적인 제작에 돌입하게 됐습니다.
뮤지컬 `남한산성'은 남한산성을 문화 아이콘으로 발굴해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높임과 동시에 지역을 대표하는 창작물이자 핵심 문화 콘텐츠로 발전시켜 한국 속의 성남, 세계 속의 성남 브랜드가 될 것입니다. 또 남한산성이 세계문화유산 신청후보에 오른 만큼 남한산성이 관광명소로 떠오르는데 이 창작뮤지컬이 크게 기여하리라 확신합니다.
― 성남아트센터만의 특화된 점이 있다면.
▶ 성남아트센터는 공연·전시장의 복합문화공간과 문화정책사업을 수행하는 문화재단의 역할을 겸비한 우리나라 유일의 모델로, 예술의전당과 같은 복합문화공간 수익활동과 서울문화재단과 같은 비수익 정책사업을 복합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성남아트센터의 성장과 발전은 최근 발족하고 있는 여러 지자체의 문화재단 및 복합문화공간 활동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도 여러 지자체에서 벤치마킹에 관한 문의가 많습니다.
―성남아트센터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 우선 올해는 뮤지컬 `남한산성돴 제작으로 성남을 대표하는 문화 브랜드를 만드는 것입이다. 또 제1회 성남국제청소년관현악 페스티벌에서 지휘자 데뷔 무대를 가진 첼리스트 장한나씨를 다시 한번 지휘자로 성남아트센터 무대에 오르게 할 예정입니다. 오는 9월 장한나가 기성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무대를 통해 마에스트라로 가는 길에 한층 힘을 실어주고, 성남지역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오케스트라를 구성해 장한나가 직접 장기적으로 지도하고, 함께 공연도 하는 등 '성남형 엘 시스테마'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문화예술의 혜택을 크게 누리지 못한 이웃들을 위한 정책도 펼칠 것입니다. 문화공헌석 정책을 통해 성남아트센터 주요 기획공연의 경우 3개 공연장별 객석의 3%안팎을 지역 저소득층이나 소년소녀가장 등에게 배정, 공연관람 기회를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시설부분도 업그레이할 것입니다. 이매역 부근 물방아 삼거리에서 성남아트센터 공연장 입구에 이르는 산자락을 활용해 문화 및 집회시설을 건립해 미술관과 미디어 홀, 근린생활시설, 휴식공간을 확충하려고 합니다. 연면적 약 4.39㎡에 지상 3층 규모로 오는 7월쯤 착공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