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한 학생? 학부모는 행복합니까?"

"불행한 학생? 학부모는 행복합니까?"

최은혜 사진=류승희 인턴기자
2010.11.23 10:21

[인터뷰]홍승용 행복한학부모재단 이사장

[편집자주] 대한민국에서 학부모로 살아가기란 무척 고달픈 일이다. 변화무쌍한 입시돚교육정책은 따라잡기 힘들고 아이가 공부를 못하면 부모는 늘 죄인이 된다. 교육열은 세계 최고지만 학교나 정부에 미치는 목소리는 작다. 허리띠를 졸라매도 사교육비는 감당하기 벅차다. 아이들과 대화는 끊긴 지 오래다. 이런 현실에 답답함을 느낀 이들이 뜻을 모아 지난해말 재단을 설립했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창립 준비위원장으로 나섰고 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이 국내 각계각층에서 명망있는 인사들을 모았다. 김영길 한동대 총장, 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 김인규 KBS 사장 등으로 이사진을 구성한 이 재단은 `행복한학부모돴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부모가 행복해지면 아이들도 행복해진다돴는 신념이 담겼다. 재단을 이끌어갈 방향키는 홍승용 전 인하대 총장이 잡았다. 재단이사장을 맡은 그는 돱정치적 목적이나 이념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교육정책에 대해서도 비판할 것은 비판하겠다돲는 의지를 밝혔다. 재단의 설립기금 전액은 대교, 웅진, 현대백화점 등 민간업체들로부터 출연받았다. 창립 이후 1년여 재단을 운영해온 홍 이사장을 만나 학부모재단의 역할과 과제를 들어봤다.
↑홍승용 행복한학부모재단 이사장 ⓒ류승희 인턴기자
↑홍승용 행복한학부모재단 이사장 ⓒ류승희 인턴기자

―재단을 설립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국가경쟁력은 곧 교육경쟁력에서 나온다. 소득양극화의 해법도 교육에서 찾을 수 있다. 교육의 중심축인 학생, 교사, 학부모가 행복한 교육환경을 위해 작지만 중요한 역할을 해보자는 취지로 지난해 11월에 설립됐다. 재단의 목표는 3가지다. 바로 학부모 참여 활성화, 학부모 역량 강화, 학부모 정책개발 및 캠페인이다.

―학부모를 위한 재단이 만들어진 건 처음이다. 우리나라의 학부모 활동을 어떻게 보고 있나.

▶전세계 학부모 올림픽을 한다면 대한민국 학부모들이 단연 금메달감이다. 특히 육상으로 치면 단거리와 중거리 달리기에 강하다. 하지만 장거리 달리기와 근대5종 같은 다양성 요구 종목에선 다소 취약하다. 우리나라 학부모 활동의 명칭은 후원회, 사친회, 기성회, 육성회, 학부모회, 학교운영위로 바뀌어왔다.

이름에서 볼 수 있듯 학부모 역할도 재정 후원에서 정책과 소프트웨어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의 장점이자 약점인 공급자 중심의 학교구조와 사교육열풍, '교육=입시'라는 사회풍조, '내 아이만 제일주의'(My Children First)가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희망이 있고 미래가 있다.

―현재 학부모들이 한목소리를 내야 할 의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자율과 경쟁' 같은 현 정부 교육정책의 추상적 이념이 학부모 개개인에게는 어떤 구체적 사안으로 다가오는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 정책이 바뀌면 가정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혼란스럽기 마련이다. 교육 수요자의 눈높이와 욕구에 맞는 정책이 나오려면 학부모들의 충분한 이해와 협조가 필수다. 현재의 형식적인 학교운영위원회도 변화해야 한다.

학운위는 학부모, 교사, 지역사회 인사가 참여해 학교운영과 관련된 중요사항을 결정하고 심의하는 자문기구다. 학운위에서 학부모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 외국에선 학교가 연초에 학교 운영계획과 비전을 학부모들에게 브리핑하고 분기별로 성과 보고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일부 극성 엄마들만 학교의 사정을 아는 경우가 많다. 학교는 학부모들이 해야 할 일을 명확히 알려줘야 한다. 우수한 학부모 자원은 방과후 학습에 활용할 수도 있다.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면 모든 해법이 나온다.

↑홍승용 행복한학부모재단 이사장 ⓒ류승희 인턴기자
↑홍승용 행복한학부모재단 이사장 ⓒ류승희 인턴기자

―바람직한 학부모상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에는 4가지 타입의 학부모가 있는 것같다. 자녀에게 너무 간섭하는 헬리콥터형, 지나치게 자유방임적인 해파리형, 매우 엄격한 기준을 갖는 벽창호형, 재량과 책무의 이상적인 조화를 강조하는 길라잡이형이다. 마지막 유형이 가장 이상적이다. 자녀의 적성을 파악해 삶의 비전을 세워주고 이를 부모·자녀가 공유해야 한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왜'라는 질문을 하도록 창의력을 키워주고, 겸손하고 당당한 사람이 되도록 인성교육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5P가 중요하다. 예의바르고(Polite) 준비돼 있고(Prepared) 생산적이고(Productive) 참여적이고(Participating) 전향적인(Progressive) 사람으로 성장시켜야 한다.

―현 정부가 수요자 중심의 교육정책 실현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데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평가를 내린다면.

▶'교육정책=입시정책'이라는 기존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또 입학사정관제 도입은 속도와 방법론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긍정적으로 본다.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노력과 고교다양화 프로젝트, 교원능력 평가제도 도입 역시 바람직하다.

그러나 사교육비 경감대책의 핵심이 공교육 강화임에도 불구하고 획기적 대책은 미흡하다. 지금과 같은 교육방식과 콘텐츠론 사교육을 이길 수 없다. 또 '수월성 교육' 정책은 학부모들이 원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수월성교육에 대한 진솔한 정책 제시가 없는 한 사교육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국내에서 경쟁보다 해외 교육기관과 경쟁이 본격화할 때를 위한 대비책도 필요하다.

↑홍승용 행복한학부모재단 이사장 ⓒ류승희 인턴기자
↑홍승용 행복한학부모재단 이사장 ⓒ류승희 인턴기자

―준비 중인 사업이나 교육프로그램은 무엇이 있나.

▶학교와 학부모를 연결하고 중재하는 '학부모 상담사' 시범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학부모 상담사는 도움이 필요한 학부모에게 코디네이터가 돼 교육정책 반영 방법, 자녀교육 방향 설정 등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멘토링을 넘어 코칭으로 가는 것이다. 또 학부모 교육매뉴얼 제작과 학부모 리더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학부모신문고 운용을 통해 현장의 교육정책을 개선하는 일도 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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