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큰 기업보다 1등 기업이 아름답다

[CEO칼럼]큰 기업보다 1등 기업이 아름답다

박승복 샘표식품 회장
2011.01.07 07:45

"샘표식품은 명성에 비해 회사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경영 일선에 있던 시절 종종 들었던 말이다. 정말 궁금해서 묻는 이도 있고, 넌지시 경영자의 능력없음을 탓하는 마음을 담았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대답은 한결같다.

"네. 제가 워낙 소식가라 몸집 키우는 데는 소질도 관심도 없습니다. 하하하." 이렇게 답하면 다소 불순한 의도로 질문했던 이들은 살짝 당황하는 빛을 보인다. "당신 바보 아니요?"라고 물었는데, "나 바보 맞아요. 난 바보가 좋아요"라고 답하며 웃는 격이다.

필자는 기업의 외형을 키우는 일에 관심이 없었다. 야망이 없는 경영인이라고 비판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물론 필자 역시 한 때는 샘표를 더 큰 기업으로 키우고싶은 마음을 품었고 그 발전의 척도는 매출액이나 기업 규모 등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경영을 하면 할수록 생각이 변해갔다.

'큰 기업이 곧 훌륭한 기업인가?', '외형이 성장하지 않는 기업은 발전하지 않은 걸까?'하는 근본적 질문이 꿈틀대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런 의문이 들기 시작하자 대기업, 중소기업이라는 기업분류가 외형중심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밖으로 내비치지 않았다.

너도 나도 기업의 확장에 관심을 가질 때 필자는 외형보다 내실, 결과보다 과정, 외부의 평가보다 필자 자신과 조직원의 만족에 가치를 두는 샘표를 꿈꿨다. 1등 기업에 대한 관점은 누구나 다를 수 있다. 내실을 탄탄히 하며 다양한 사업을 벌이는 것도 분명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단순히 몸집 불리기에만 급급한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상황이 좋을 때는 그럭저럭 유지해갈 수 있을지 몰라도 상황이 변화하고, 불경기가 찾아오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채 도산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시기가 있지 않았는가? 1997년 외환위기 전까지 국내 대기업들은 고수익사업의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외형 키우기에 주력했지만 힘없이 쓰러졌다.

사람은 겪지 않고는 깨달음을 얻지 못하는 존재인지 그런 일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내실을 기하고,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외환위기가 끝나고 작지만 강한 기업의 가치가 재평가 됐고, 무리한 확장보다는 경쟁력 강화에 힘쓰는 기업들도 늘어났다.

그 무렵 샘표식품에 대한 평가도 다소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당시 한 한론에서 우리나라 기업 중 50년간 적자를 기록하지 않은 기업의 특징을 집중분석한 적이 있는데, 그런 기업들은 경기가 좋을 때도 사업 규모를 늘리기보다 본업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에 주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외부차입금을 줄여가는 다이어트 경영전략을 구사한 점도 공통점이었다.

이렇게 50년 무적자를 이룬 기업 중 하나가 샘표식품이다. 당시 기사의 말미에 '창업 이후 단 한 해도 쉬지 않고 흑자배당을 계속해온 기업들은 우선 경영을 참 잘했다는 칭찬을 받을 만하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그것은 필자가 들은 최고로 의미 있는 칭찬이었다.

필자는 '간장' 하면 샘표식품을 떠올릴 만큼 샘표식품이 한 분야에서 1등 기업이라는 점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더불어 샘표식품처럼 다른 분야에서 1등 기업인 곳을 존중한다. 어느 한 기업만 1등 아니라, 각각의 분야에서 다수의 기업들이 1등을 하는 사회가 되기를 꿈꾼다. 이런 사회에서는 한 사람의 배를 불리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고 성공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필자를 야망이 없는 경영자라고 평가한다고 해도 괜찮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기업은 야망이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내실이 이끌어간다는 알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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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기자

안녕하세요. 스토리팀 김희정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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