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1500 임대료 못맞춰" 대치동 떠나는 학원들

"월1500 임대료 못맞춰" 대치동 떠나는 학원들

박진영, 황보람 기자
2012.07.13 13:32

수강생 줄며 '학원1번가'마저 상가 공실… 권리금은 '뚝' 임대료는 '글쎄'

탄탄한 학군, 학부모들의 높은 교육열과 안정적인 경제력, 몰려있는 중고등학교…. 이런 배경을 등에 업은 강남구 대치동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학원 1번가'다. 불과 몇년전만 해도 지하철 한티역 부근 상가 건물에는 대부분 하나 이상의 학원이 자리잡고 있었고, 학원업을 하는 사람들은 대치동에 진입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2012년 대치동은 상황이 달라졌다. 대치동 학원 관계자들은 "올들어 버티지 못해 나간 학원들도 늘고 있고, 지금 있는 곳 중에도 상당수 명맥만 이어가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대치동 거리를 걷다 보면 비어 있는 사무실이 종종 눈에 들어 온다. 수지가 맞지 않아 떠난 학원 자리에 새로운 학원이 들어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치동 한 보습학원의 원장은 "이 지역은 그래도 가정들의 경제력이 어느 정도 안정적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 타격이 늦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강생이 15% 정도 주는 등 작년에 비해 확실히 안좋아졌다는 것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등록 상담을 하러 오는 학생이나 학부모의 발길도 크게 줄었다"며 "인근에서 학원을 하던 친한 원장은 임대료, 운영비 등을 뽑기도 어렵다며 얼마전 문을 닫았다"고 덧붙였다.

수학학원을 운영하는 한 원장 역시 "권리금 5500만원을 주고 들어와서 3000만원에 내놨다"며 "외부에서 들어온 학원은 1년을 버티기도 힘들다"고 한숨 쉬었다.

실제로 인근 학원이나 부동산중개사무소에 따르면 학원들이 권리금 1억원, 월 임대료 1500만원에 이르는 이른바 '대치동 프리미엄'에 수지를 맞추지 못해 하나 둘 밀려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다 보니 학원을 중심으로 분양을 했던 상가들도 어렵긴 마찬가지. 한 상가 관계자는 "학원을 해보겠다고 많이들 다녀가지만 가격이 맞지 않아 발길을 돌린다"고 귀띔했다.

한 대치동 부동산 업자는 "바로 옆 상가 두 동에 있는 학원 16개가 겨우 현상 유지만 하는 상황"이라며 "자녀 교육을 위해 대치동으로 몰려온다는 것도 다 옛말"이라고 덧붙였다.

'강북의 대치동'이라고 불리는 노원구 중계동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중계동에서 국어학원을 운영중인 한 원장은 "학부모들이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기 때문에 학원가는 경기체감이 1년 정도 늦다고 한다"며 "작년에 사람들이 힘들다고 할 때는 이해를 못했는데, 올들어 경제적인 이유로 학생들이 그만 두는 등 학생수가 작년보다 꽤 줄었다"고 말했다.

한 수학학원 관계자 역시 "작년보다 수강학생이 30% 정도 감소했다"며 "광고를 1년정도 안했기 때문인가 싶어서 최근 다시 광고를 했는데 반응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상황은 통계자료에도 나타난다. 지난 5월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계의 월평균 교육비 지출은 36만4400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4% 감소했다. 역시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 3월 일반교습 학원과 외국어 등 학원업의 영업수입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8% 줄었다.

학원 관계자들은 그 원인을 장기 불황에서 찾았다. 한 원장은 "수능의 EBS 연계 등 교육정책에 따른 타격도 있기는 했지만 크지 않았다"며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이 장기적인 침체로 인해 '먹고 살기'도 어렵다고 느끼는 것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BS 연계, 쉬운 수능 등의 정책이 시행된 후에도 학부모들은 EBS 심화학습이나 1점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 학원을 보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보내고 싶어도 돈이 없기 때문에 못 보내는 실정이라는 설명이다. "수능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초중등 대상 학원의 수강생까지 주는 것은 역시 '경제력' 문제"라는 한 학원장의 말처럼.

이처럼 학원가의 불황이 깊어지고 있지만, 임대료는 크게 움직이지 않는 모습이다. 다만 과거 잘 나갈때는 매년 10% 가까이 오르던 임대료가 최근에는 동결되는 곳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한 학원 관계자는 "임대료가 낮아지는 일은 결코 없다"고 단언했다. 다른 학원 원장 역시 "임대료라도 떨어지면 그나마 숨통이 트이겠는데, 그런 움직임은 없어 보인다"고 토로했다.

중계동의 한 수학학원 관계자는 "임대료는 매년 10% 인상이 기본이었는데, 그나마 올해는 체납만 없으면 동결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들도 "권리금이 낮아지는 경향은 확실하지만, 임대료는 아직 크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중개사사무소 실장은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낮추지 않기 때문에 임대료는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고, 그래서 어려운 학원주들이 권리금을 포기하고라도 그만 두거나 잠시 쉬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상가 공실이 점점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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