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날에 컴퓨터 공짜로 나눠준 게 부작용이 컸는데 똑같은 일이 벌어질까봐 걱정입니다."
학생들의 인터넷 중독을 치료하는 모 시민단체 상담원의 말이다. 얘기인 즉슨 이렇다. 산업화에는 뒤졌지만 정보화에는 뒤지지 말자며 정부가 앞장서서 취약계층에 컴퓨터를 무료로 보급하던 때가 있었다. 농산어촌, 낙도, 도시 빈민 지역 등이 주요 대상이었다. 비싼 컴퓨터를 공짜로 받으니 아이도, 부모도 기뻐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났다. 취약계층의 특성상 맞벌이 부부나 결손가정의 자녀가 많았고, 홀로 집을 지키던 아이는 금세 컴퓨터에 '중독' 수준으로 빠져들었다. 학습에 도움이 되라고 컴퓨터를 보냈지만 아이들은 부모의 통제를 벗어나 게임, 야동, 채팅 등에만 몰두한 것. 컴퓨터는 보급하면서 바람직한 활용법은 보급하지 않은 결과였다.
최근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스마트교육'에 대해서도 똑같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스마트교육 추진전략을 발표하면서 2015년까지 예산 2조2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대부분은 스마트 패드, 스마트 TV 등 기기 보급 값이다.
하지만 2조원 넘게 들어가는 사업에 대해 효과나 타당성은 검증되지 않은 상황이다. 많은 교육전문가들은 스마트기기를 활용했을 때 아이들의 학습 효과가 더 커진다는 증거가 없다고 말한다. 미국과 일본이 돈이 없어서 스마트교육에 소극적이겠느냐는 말도 덧붙인다. 교육적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시범사업 등 단계적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목소리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교원단체인 '좋은교사운동'의 한 회원은 "교육에 대한 고려 없이 경제적 효과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요즘 식당에 가보면 밥 먹으면서 애들한테 스마트폰 보여주는 부모들 많찮아요? 신기하게도 젖먹이도 스마트폰만 주면 울음을 뚝 그쳐요. 그만큼 몰입도가 강한 거죠. 이걸 장시간 오래 방치하면 중독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요. 학교에서야 스마트기기를 교육적인 목적에만 사용하겠죠. 하지만 집에서도 과연 그럴까요?"
기기 보급 못지않게 올바른 활용법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는 인터넷 중독 상담사의 말이 귓가를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