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조작, 기여입학 등으로 얼룩진 영훈국제중학교 사태는 인재를 길러내는 학교마저도 비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줬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제중 제도에 대한 총체적인 재점검을 실시해야 한다는 게 대다수 교육관계자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관할기관인 서울시교육청의 '겉과 속이 다른' 행보는 또다른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국제중 사태가 불거진 이후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과 서울시의원, 진보성향 시민단체들은 영훈중의 국제중 지정취소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도 같은 의견을 표명했다. 김명신 시의원이 서울시민 12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동응답(ARS) 여론조사에서는 '국제중을 일반학교로 전환해야 한다(국제중 지정취소)'는 응답자가 72.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시교육청은 영훈중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가 발표되면, 해당 내용을 반영해 지정취소 등 조치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문용린 교육감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서울시의회에 출석해 이런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 즉각적인 지정취소 요구가 거세지만, 사법적 판단을 근거로 조치하겠다는 '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시교육청이 지난달 발표한 국제중 입학전형 개선안은 사실상 영훈·대원중의 국제중 유지를 전제로 하고 있다. 개선안에 따르면 2015학년도부터 국제중 입학전형에서 서류전형은 폐지되고, 지원자 전원 전산추첨이 실시된다. 국제중 관련 조치의 확정 시점을 검찰 수사 이후로 미뤄놓고, 입학전형 개선안을 먼저 내놓은 것이다.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문 교육감이 수차례 강조했던 '원칙'에 어긋나는 행보다.
물론 시기적으로 급박한 2014학년도 입학전형 진행을 위한 개선 조치는 불가피하지만, 중장기적 개선안의 경우 검찰 수사결과를 반영해야 한다. 시교육청 감사에서 각종 비위사실이 드러났으나 편입학 비리의 핵심인 성적조작 및 기여입학 의혹을 밝혀내지 못했다. 이런 의혹을 명백하게 밝혀내기 위해 시교육청은 관련자를 검찰에 고발했다. 그렇다면 관련 의혹을 규명한 검찰의 수사결과는 당연히 개선안에 반영돼야 한다.
특정 사안에 대한 원칙이 상황마다 달라진다면 원칙으로서 가치를 상실한다. 시교육청과 문 교육감이 스스로 밝힌 원칙의 신뢰를 유지하고자 한다면 그 원칙을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