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정부 교육정책의 비전은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교육'으로 요약된다. 대표 공약으로는 '자유학기제'가 제시됐다. 아이들에게 중학교 한 학기만이라도 시험 부담 없이 자신의 꿈과 끼를 찾아서 다양한 직·간접 경험을 해보게 하자는 의도에서 나왔다. 이런 비전과 공약은 박근혜 정부에 날을 세우고 있는 전교조조차도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할 만큼 폭넓은 공감대를 얻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가 지난 27일 내놓은 '대입제도 발전방안'을 보면 이런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교육'과 상당한 거리감이 느껴진다. 오히려 '국영수 점수경쟁 교육'으로 역행하는 느낌마저 받는다. 대표적인 게 수능이다.
수능은 지난 20여년 동안 대학입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 왔지만 최근 들어 많은 문제점 또한 노출시키고 있다. 수능은 국영수 점수경쟁 교육의 핵심이다. 학교에서 아무리 진로적성교육, 창의인성교육을 하고 싶어도 수능 앞에서 모두 무너진다. 수능 점수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그 어떤 훌륭한 교육도 외면받기 십상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에서는 입학사정관제를 들고 나왔다. 점수 1점 경쟁이 아니라 아이가 가진 소질과 재능에 주목하자는 의도였다. 물론 한국의 입시현실에서 입학사정관제도 많은 왜곡을 불러왔지만 지나친 점수경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취지 만큼은 모두로부터 환영받았다.
하지만 교육부의 이번 대입개편 방안을 보면 수능의 위상이 오히려 높아질 판이다. 한국사라는 거대 암기과목이 필수과목이 됐고, 문·이과 폐지가 검토되고 있다. 수능 문·이과 폐지는 예외없이 국영수, 국사, 사회, 과학 모든 과목들을 달달 외워야 함을 의미한다. EBS 70% 연계 정책은 그대로 유지돼 고교 교실의 파행적인 운영은 못본 체했다. 예·체능, 특성화고 학생들의 학업부담을 낮춰주는 '수준별 수능'은 시행도 전에 폐지가 결정됐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입학사정관제'라는 말을 지우지 못해 안달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어렵더라도 대입에서 차지하는 수능의 위상을 점차적으로 낮추고 학생부의 위상을 높여 나가야 학교교육이 정상화된다. 수능과 논술을 강화하면서, 내신 상대평가를 유지하면서 '꿈과 끼를 키우는 교육'을 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