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서 떠내려온 빙하, 서울광장에 앉혀놨죠"

"북극서 떠내려온 빙하, 서울광장에 앉혀놨죠"

이재윤 기자
2014.01.21 08:16

[인터뷰]서울광장 스케이트장 건축가, 오영욱 오기사디자인 대표

오영욱 오기사디자인 대표. / 사진 = 이재윤 기자
오영욱 오기사디자인 대표. / 사진 = 이재윤 기자

 "북극에서 빙하가 서울 한복판으로 떠내려 왔습니다. 스케이트장으로 사용하기 딱 좋은 사이즈죠. 재밌지 않나요?"(웃음)

 건축가이자 일러스트 디자이너, 베스트셀러 작가. 오영욱 오기사디자인 대표(38·사진)는 한 마디로 '팔색조'의 매력을 지녔다. 그만큼 다방면에서 능력과 끼를 발휘한다. 배우 엄지원씨(37)의 연인이기도 한 그는 지난달 16일 개장해 지금까지 31만명이 방문한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을 디자인했다.

 빙하가 녹아서 만들어진 이 스케이트장은 바닥을 제외하곤 대부분 하얀색으로 뒤덮여 있다. 스케이트 외부공간과의 이동도 용이하도록 여러 곳에 통로가 마련돼 있다.

 특히 어른과 어린이들을 위한 스케이트장이 나뉜 게 특징이다. 서울 강남 도산대로(신사동) 인근 사무실에서 만난 오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와 관련,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스토리를 담기 위한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디자인 컨셉. / 자료제공 = 오영욱 (오기사디자인 + oddaa)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디자인 컨셉. / 자료제공 = 오영욱 (오기사디자인 + oddaa)

 오 대표는 "공공건축물이지만 누구에게나 기억될 수 있는 스토리가 있고 재밌는 디자인을 하고 싶었다"며 "특히 스케이트장을 이용하는 어린이들에게 기억에 남을 이야기와 디자인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어린이들을 위한 소규모 스케이트장을 따로 조성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면서도 스케이트장을 이용하는 시민을 위한 기능을 빠뜨리지 않고 나머지 광장을 활용하도록 연결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디자인은 요리로 치면 질 좋은 재료에 해당한다. 반드시 좋은 재료를 쓸 필요는 없지만 같은 요리를 만들더라도 좋은 재료를 사용하면 훨씬 맛있게 만들어지는 원리와 같다"며 "단순히 스케이트만 타는 곳이 아니라 조금 더 기억에 남고 재밌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재능기부로 참여한 오 대표는 기부라는 표현이 다소 부끄럽다고 설명했다. 시에서 일부 비용을 보전받았을 뿐더러 아직 젊은 건축가인 만큼 실력도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지난해 1월부터 서울시 공공건축가로도 활동한다.

 오 대표는 "스케이트장을 완성하기까지 5~6개월을 투자했지만 아쉬운 게 여전히 눈에 띈다"며 "아쉬운 점이 많지만 그래도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건축가 외에 일러스트 디자이너와 작가로서 그동안의 경험을 책과 디자인으로 펼치는 그는 '건축가로서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건축가로서 고객에게 디자인을 설명하는 일을 숫기가 없는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오 대표는 "건축가로서 필요했지만 남들 앞에서 유창하게 말하는 것이 힘들었다. 그래서 일러스트는 쉬운 그림으로, 글쓰기는 차분한 설명으로 디자인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이라며 "건축가를 하고 싶어서 다른 알바를 하는 중"이라며 웃음지었다.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조감도. / 사진제공 = 오영욱 (오기사디자인 + oddaa)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조감도. / 사진제공 = 오영욱 (오기사디자인 + oddaa)

 그가 건축을 택한 이유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건축가로 본격 입문한 것은 7년 전. 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한 뒤 대형건설업체에 취업했다. '오기사'란 별명도 이때 생겼다.

 건설업체에 다닐 때 공사현장에서 불린 기사 직함을 지금까지 사용하는 것이다. 그는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곤 세계 일주를 다녀온 뒤 건축가로서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입문 이후에는 꾸준히 매년 3~4건의 디자인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한다.

 오 대표는 "현실적으로 힘든 점이 많고 매년 수천만 원의 적자가 날 정도로 돈을 많이 벌지 못할 때도 있지만 디자인하는 게 재밌다"며 "직원들 월급 주려고 알바도 하지만 앞으로도 디자인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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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스토리팀 이재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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