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안전 체험교육이 국민 안전의 '백년대계'

[기고]안전 체험교육이 국민 안전의 '백년대계'

권순경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장
2014.05.19 08:18
권순경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장
권순경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장

예나 지금이나 교육의 중요성을 우리는 강조한다. 그래서 교육을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도 일컫는다. 여기에서 '교육'이란 학문적 의미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안전교육도 분명 교육의 범주에 포함되지만 실용적인 학문에 떠밀려 등한시 여겼던 게 사실이다. 일례로 아동복지법에서 규정한 재난대비 교육은 연간 6시간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전교생 또는 학급 단위로 이뤄지다보니 '체험 위주'보다는 '이론 교육'에 치우칠 수밖에 없다. 일반 학문은 책상에 앉아 습득하면 결과를 낼 수 있지만, 안전교육은 이론과 체험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고 반복돼야만 공포가 엄습하는 극한 재난현장에서 온전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최근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시민안전체험관의 예약률과 체험인원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주말이면 가족 단위 체험객이 붐비고 체험객의 적극적이고 진지한 태도도 바뀐 모습이다. 안전체험 중 부모가 딴청을 피우고, 보호자로 동행한 어른이 체험관 요원에게 어린 학생들을 맡긴 채 방관자로 일관하던 모습이 예전보다 확연히 줄었다.

일선 소방관서에도 급증하는 안전교육 수요를 강담하기에 여념이 없다. 서울시에서도 시민들의 안전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시민안전체험관의 운영시간을 늘리고 소방서의 교육 전담요원을 확충하는 등 휴일 없이 24시간 안전교육체제로 돌입했다. 국가적인 대참사를 겪으면서 시민들의 자기보호와 가족의 안전욕구가 여느 때보다 높아진 것은 틀림없는 변화이다.

그러나 규정에 의해, 책임면피를 위해, 마지못해 안전체험관을 찾거나 소방서에 안전교육을 요청하는 사례도 여전하다. 며칠 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빌딩에서 화재를 가상한 대피훈련이 있었다. 결과는 국가적 대참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부끄러울 정도로 참여율이 저조했다. 건물 내 9000명 중 2300명만이 대피훈련에 참가하고 나머지는 건물 내에 남아 있었다고 한다. 대피한 사람들 중에는 '소방 전용엘리베이터'까지 사용한 경우도 있었다.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아파트에서도 예고 없이 화재대피훈련을 한다. 비상벨이 울리면 계단을 이용해 질서정연하게 대피하고, 현장에 나온 소방관에게 격려의 말까지 아끼지 않는다. 긴급 출동하는 소방차에게 양보조차도 인색한 국내에서 동일한 상황이 벌어졌다면, 항의가 빗발쳤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일말의 불편함도 비용도 감수하지 않은 채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자문해 볼 일이다.

안전 체험교육만 해도 그렇다. 온갖 참혹한 재난현장을 누벼온 소방관이 재난경험이 전무한 교육생을 상대로 안전교육을 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온도차는 현저하게 나타난다. 소방관은 교육생들에게 더 깊숙이 들어올 것을 권하지만 교육생은 '기초 정도만 알면 된다'는 식이다. 하지만 베테랑 소방관들조차도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입는 곳이 재난현장이다. 앞으로는 재난안전체험이 실제 재난현장과 유사한 조건에서 이뤄지도록 하는 교육이 절실하다.

예를 들어 시민안전체험관은 화재대피 훈련 때 연막을 사용해 시야가 어두운 조건에서 대피 체험을 하지만 일반 건물이나 유치원 등에서는 손수건으로 호흡기를 가리고, 자세를 낮춰 대피하는 게 전부다. 한치 앞의 시야를 막고 한 모금으로도 정신을 잃게 하는 치명적 독성을 가진 것이 '농연(濃煙)'이다. 실제 농연까지는 못 피우더라고 연막탄이라도 사용해서 대피하는 능력을 길러야만 실제 재난현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다.

여름철 물놀이 안전사고에 대비 훈련도 마찬가지다. 야외수영장과 한강수난구조대에서 수난사고 예방교육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구명조끼를 착용해보고 위험에 빠진 친구를 옷가지를 연결해서 구조하는 방법 등을 일러준다. 올해부터는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실제 한강에 뛰어드는 훈련도 해 보려한다. 옷이 젖는 게 고민되면 여벌을 준비하고, 안전체험 중 사고가 염려스러우면 교육 여건을 강화하고 안전요원을 더 배치하면 된다.

한 단체의 책임자에 대한 안전교육 방식 전환도 필요하다. 버스에서는 운전기사가, 항공기에서는 조종사와 승무원이, 유치원에서는 교사가, 건물에서는 소방안전 관리자가 분산대피를 유도하는 등 이용객 안전의 최후의 보루가 돼야 한다. 한 무리 속의 구성원과 안전책임자의 역할이 분명히 다른 만큼 안전교육 매뉴얼과 안전교육 방법도 달리 마련돼야 한다. 재난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서 인명을 구조하고, 재난을 수습하는 소방관들의 현장감 있는 경험이 안전체험교육과 재난현장지휘에서 온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들으면 잊어버리고, 보면 기억하고, 직접해보면 이해가 된다'라는 중국 속담이 있다. '안전'이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이때 안전 체험교육의 중요성은 누구나 인식하게 됐다. 안전 체험교육이야말로 국민 안전을 위한 '백년대계' 중의 핵심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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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훈 정책사회부 부장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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