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671억 적자에 성과급 259억…서울시민 세금 '줄줄'

[단독] 2671억 적자에 성과급 259억…서울시민 세금 '줄줄'

남형도 기자
2014.09.18 05:28

서울시 출연기관 12곳, ‘적자’에도 경영평가 ‘가’ 등급 받고 성과급 ‘펑펑’…경영평가 100점 중 재정 성과 고작 7점, 기준 보완 필요

지난해 서울시 출연기관의 재정실적 및 성과급 현황. 서울의료원, 서울신용보증재단, 세종문화회관 등 출연기관이 적자를 기록했지만 성과급이 지급됐다.
지난해 서울시 출연기관의 재정실적 및 성과급 현황. 서울의료원, 서울신용보증재단, 세종문화회관 등 출연기관이 적자를 기록했지만 성과급이 지급됐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은 2012년 513억원의 적자를 냈다. 재단은 그 해 서울시로부터 경영평가 최고 등급인 ‘가’ 등급을 받고 직원들에게 18억7600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이듬해인 지난해 재단은 실적이 악화돼 694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경영평가 ‘나’ 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성과급은 19억8600만원으로 2012년보다 더 많이 지급했다.

서울시에 예산 지원을 받는 출연기관이 연달아 적자를 내고도 성과급을 지급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박남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서울신용보증재단 등 출연기관이 총 2671억6800만원의 적자를 내고 직원들에게 259억2800만원의 성과급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5년 간 적자를 내고도 성과급을 받은 서울시 출연기관은 전체 12곳 중 8곳이다. 서울의료원, 서울문화재단, 서울시복지재단, 서울신용보증재단, 세종문화회관,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서울시립교향악단, 서울연구원 등이 포함됐다. 이 중 서울의료원과 서울신용보증재단은 5년 연속 적자를 내고도 매년 직원들에 성과급을 챙겨줬다. 이전해보다 실적이 악화됐는데 성과급을 더 챙겨준 경우도 있었다.

이들 기관이 성과급을 지급한 것은 서울시가 매년 1회 실시하는 경영실적 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출연기관 대부분이 적자를 기록한 해에도 경영실적 평가에서 최고 수준인 가·나 등급을 받았다. 경영실적 등급에 따른 성과급은 △가 250~300% △나 160~220% △다 70~130% △라 0%이다.

서울시 출연기관의 경영실적 평가 지표 중 재정운용 성과 항목. 총 100점 중 경영성과 평가는 2점이다.
서울시 출연기관의 경영실적 평가 지표 중 재정운용 성과 항목. 총 100점 중 경영성과 평가는 2점이다.

서울시 출연기관 경영실적 평가의 지표를 살펴 본 결과 총점 100점 중 당기순이익 등 재정 성과와 관련된 부분은 7점에 불과했다. 재정 및 예산관리의 합리성이 4점, 재정운용 성과 항목이 3점이었다. 그 중 당기순이익과 순손실과 관련된 부분은 2점 밖에 되지 않았다. 기관장 리더십 점수인 5점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수백억 적자를 내고도 경영평가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시는 공공사업을 진행하는 특성상 재정 성과로만 평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단순히 재정 성과로 평가가 아닌 공공사업을 얼마나 잘했는지, 투명하게 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부실한 경영평가 기준 때문에 기관 자체의 문제로 재정을 악화시키더라도 이를 면밀히 평가하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지난해 서울시가 출연기관에 지원한 예산은 1614억원이다. 현행 경영평가 기준으로는 공공사업에 들어가야 하는 돈이 엉뚱하게 새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서울시 출연기관 경영실적 평가를 맡았던 박경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장은 “현행 경영평가로는 출연기관의 적자 요인을 면밀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적자를 낸 이유가 시의 과도한 전가 때문인지 출연기관의 경영부실 때문인지 판단할 수 없어 현행 경영실적 지표의 보완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박 원장은 “경영실적 평가는 하되 경영수지가 악화된 기관에 대해 별도의 회계 검사를 심층적으로 진행해 그 결과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이 출연기관을 감시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면밀히 밝혀내 시민 혈세가 새지 않도록 감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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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도 기자

쓰레기를 치우는 아주머니께서 쓰레기통에 앉아 쉬시는 걸 보고 기자가 됐습니다. 시선에서 소외된 곳을 크게 떠들어 작은 변화라도 만들겠다면서요. 8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마음 간직하려 노력합니다. 좋은 제보 언제든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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