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엔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 출제오류를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더니 올해도 출제 오류라뇨. 정말 이 정도 무능이면 평가원도 해체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평소 기자와 가깝게 지내온 한 고등학교 교사는 올해도 반복된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의 수능 문항 출제오류를 두고 '기가 막히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그도 그럴 것이 무려 60만명이 넘는 학생이 일제히 치르는 수능에서 '%(퍼센트)'와 '%p(퍼센트포인트)'라는 기본적인 개념조차 혼동된 문제가 출제돼 수험생들의 이의신청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문항을 비롯해 출제오류를 제기한 민원이 17일 오후 2시 현재 무려 1000건이 넘어선다. 이 같은 건수는 지난해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 출제오류 사태'로 추락한 평가원의 위상이나 공신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채점은 수능 정답이 오는 24일 최종 확정된 이후 들어가기 때문에 점수 재산정 문제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올해 이의 신청은 "검토 과정을 강화하고 검토위원 수도 늘렸다"던 양호환 수능출제위원장의 발언을 무색케 할 정도로 많아 지난해 2배 수준이다.
근래 들어 출제 오류가 빈번하게 도마에 오르는 이유가 오롯이 평가원의 책임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평가원에는 각계의 다양한 압력이 행사돼 왔다. EBS교재와 70% 연계하라는 방침부터 쉽게 내라는 주문, 잦은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출제범위 혼선 등이 대표적이다. 시험 문제의 정확성과 난이도 외에도 고려해야 할 게 너무 많았던 셈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차 책임은 명백하게 평가원에 있다. 청와대나 교육부의 이런저런 요구를 아무런 저항 없이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주체는 평가원이기 때문이다.
다만, 초·중·고 12년간의 교육을 단 하루에 평가하고, 한 문제만 틀려도 등급이 내려가며, 출제위원 300여명을 한달 이상 감금시키는 이 시험을 평가원도 스스로 좋아서 출제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이 한 명, 한 명이 소중해지는 시대에 틀려주길 바라며 문제를 비비 꼬는 '대입 시스템'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국가적으로 점검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