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아버지 뭐하시니?" 옛말인줄 알았는데…

"너희 아버지 뭐하시니?" 옛말인줄 알았는데…

이미호 기자
2016.03.10 03:56

금수저·흙수저 논란 거센데…여전히 '학부모 직업' 묻는 일부 교사들

"담임선생님이 아이에게 부모의 나이와 직업을 구체적으로 적어오라고 하네요. 자신의 장점과 단점, 친구관계 등을 물어볼 수 있지만, 부모 직업을 묻는건 도저히 이해가 안 돼요. 이게 왜 궁금한걸까요?"(강남·서초·송파지역 학부모 온라인 커뮤니티, 학부모 게시글)

일부 초·중·고 교사들이 가정환경조사라는 명목으로 여전히 학부모 학력과 직장 등을 묻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정환경조사서는 통상 학기초에 교사가 학생의 신상정보와 가정환경을 파악하기 위해 각 가정에 전달된다.

문제는 학부모와 학생이 상처를 받거나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부모의 경제 능력이 자녀에게 그대로 이어진다는 '금수저·흙수저 계급론'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결국 교권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것으로 보인다.

9일 교육계와 교육 관련 커뮤니티에 따르면 최근 담임교사로부터 학부모 직업을 묻는 가정환경조사서를 받은 학부모들이 상당수다. A 학부모는 "나이 많은 교사들 중에서 부모 직업을 궁금해하는 교사들이 꽤 있더라"며 "세 아이 모두 겪었다"고 토로했다.

B학부모는 "우리 아이 담임선생님도 부모 학력과 직장명까지 기재하라고 해서…(곤란했다). 좋은 쪽으로 해석하려고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C학부모는 "좋게 생각하려고 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기분이 나쁘더라. 부모 직업때문에 아이에 대해 교사가 선입견을 갖게 될까봐 염려스럽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교사들의 편견이다. 교사들은 학생을 지도하는데 있어 차별 없이 대한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학부모 직위나 직업 등을 알게 된 이상 신경이 쓰이지 않겠냐는게 부모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또 아이들이 서로 부모의 직업을 비교하게 되면서 인격이나 가치관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서울 중랑구에 거주하는 40대 학부모는 "요즘은 초등학교 아이들도 '누구네 부모는 의사다, 변호사다' 라고 해요. 부모의 직업이나 직위가 무엇을 뜻하는지 안다는 얘기죠.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에요. 개인적인 호기심 충족으로밖에는 안 보여요"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지난 2014년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되면서 학부모 개인정보 수집 항목을 대대적으로 축소했다는 입장이다. 당시 교육부가 교육기관에서 사용하는 '공통된 서식'을 만들어 안내하는 등 자율규제 방식을 도입했다는 것. 하지만 일부 교사들이 여전히 과거 서식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문제가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법령 개정 이후, 일종의 공통된 서식을 만들어 안내했다. 필요없는 항목을 수집해서 보유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당시 초중고교 뿐만 아니라 대학까지 '자정 노력'을 했는데 일부 학교에서 아직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사들도 이 같은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놀랍다는 반응이다. 다만 새 학기를 맞아 학생 신상과 가정환경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서울 광진구에 있는 한 중학교 교장은 "일부 사립학교 교사들 가운데 특히 나이가 많은 교사는 여전히 옛날 방식을 고수할 수도 있다"면서도 "사실 담임선생 입장에서는 학생의 교육 여건과 가정환경을 파악하기 위한 기초자료가 필요하지만 요즘엔 개인 면담 외에는 알 수 있는 통로가 없어서 애로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교육계가 사생활보호나 개인정보보호라는 사회 통념을 충실히 따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관계자는 "교사들이 생활지도 측면에서 보다 조심성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학생들이 상처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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