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학년 땐 공부가 재미있었어요. 스스로 문제 푸는 게 재밌고 답을 맞힐 때마다 칭찬을 들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재미없어요. 화가가 되고 싶은데 집에선 공무원이나 교사가 되라 말씀하시고, 학교 미술시간은 얼마 안돼요."
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연찮게 만난 초등학교 4학년 여자 어린이의 말이다. 이 아이는 "학교 끝나면 피아노도 해야 하고 영어와 학습지 과외도 받아야한다"며 말이 끝나기 무섭게 총총 걸음으로 학교 앞 정문에 대기 중인 노란색 피아노 학원차량에 올랐다. 이미 그 차에는 또래 아이들로 가득 차 있었다.
똘망똘망한 눈으로 제법 의젓하게 답한 그 어린이를 생각하며 하루 일과가 어떨지 대충 짐작이 갔다. 30여 년 전 초등학교 때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 때도 공부는 재미없는 일과였다. 다만, 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동네골목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갖가지 놀이를 했던 기억은 선명하다.
'재미없는 공부'가 세대를 이어주는 공통분모가 된 데에는 광복 70년이 지나도록 대입에 짜 맞춰진 교육정책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도 많다.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우리 교육시스템은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효율적이었을지 몰라도 이미 트렌드로 굳어진 된 4차 산업혁명과 융복합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특히 5지선다형 시험 치르는 기계로 전락한 아이들은 창의적인 새로운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정해진 답만 찾는 데 몰두하기 일쑤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교수는 "지금 수학이나 과학 등 개별 교과목을 가르치는 건 의미 없다"며 "후세에는 감정지능과 마음의 균형을 가르쳐야 한다"고 한결같이 주장한다. 멀지 않은 미래시대는 20대까지 공부한 걸로 평생 먹고사는 시대가 아니라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틀에 가두고 정해진 답을 맞히도록 강요하기보다 스스로 호기심과 '왜'라는 질문을 던지도록 해 각자의 답을 찾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껴야 한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하루 종일 콘크리트 건물 안에 갇혀 남의 답만 갖고 수업을 하다 보니 수동적이 될 수밖에 없고 공부가 재미없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선 지금부터라도 학부모나 교사, 정부가 교육의 중심에 있기 보다는 어린 학생들의 입장에서의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대학입시라는 하나의 트랙만 고집할게 아니라 여러 트랙을 만들어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잠재력을 끌어내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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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첫머리에 나오는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않겠는가(학이시습지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린 학생들에게 더 이상 공부가 노동이 돼서는 곤란하다. 이제 노동의 굴레에서 풀어줄 때도 됐다.
문득 한 고교생이 "학교에서 하는 모든 수업은 시험을 기준으로 이뤄져요. 선생님이나 학생 모두 시험에 낼 것, 시험에 나올 것에만 신경 쓰죠“라고 한 말이 여전히 귓전에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