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 랜딩]과학자, 아이돌, 야구선수가 되겠다는 아이들의 꿈과 열정을 응원하는 아빠

“아빠 난 커서 아이언맨 수트 만드는 과학자가 될거예요.”
현재 초등학교 5학년인 A씨의 아들은 요즘 아이언맨에 푹 빠져 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컴퓨터 앞에 앉아 유튜브에서 아이어맨을 찾아보고 인터넷 포털에서 아이언맨 수트나 프라모델을 검색한다.
심지어 1400만원에 달하는 아이언맨 수트를 검색하고는 아빠에게 어린이날이나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달라고 조르기도(농담 반 진담 반) 한다. 가슴팍과 손바닥에 LED 등이 들어와 제법 그럴듯해 보이지만, 막상 입으려면 쫄쫄이 수트를 입고 그 위에다가 장비들(?)을 하나씩 끼우는 식이라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는 입기도 어려워 보인다.
A씨의 눈에는 10만원도 비싸다고 생각되는 유치찬란한 수트에 불과해 보이지만, 12살 아들에게는 그걸 입으면 진짜 아이언맨이라도 돼서 하늘을 날 수 있을 것 같고 뭔가 알 수 없는 힘이 생겨나 강해질 것 같은 일종의 ‘워너비 아이템’이다.
요즘 아이가 아빠에게 물어보는 질문도 대부분 아이언맨이나 마블 시리즈와 관련된 질문 투성이다. 처음에는 그냥 "아이언맨이 힘이 세나요, 캡틴 아메리카가 더 세나요?" 뭐 이런 유치한 질문에 그쳤다.
그러다 점점 수준이 올라갔다. 예컨대 "아이언맨 수트를 직접 만들 수 있을까요?"에서 "아이언맨의 에너지원인 아크리액터(핵융합발전기)는 정말 충전이 필요없나요?", "아이언맨은 우주에서도 활동할 수 있나요?", "왜 하늘로 올라가면 수트에 결빙(아이싱)현상이 생기나요?" 등으로 질문이 발전했다.
그 덕분에 2학년짜리 어린 동생도 형과 함께 마블 시리즈에 관심이 생겼다. 동생이 좋아하는 캐릭터는 스파이더맨이다. 형과 함께 노는 시간이면 둘이서 서로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으로 빙의(?)돼서 입으로 소리를 내고 광선이나 거미줄을 쏘는 동작을 하면서 치고 박고 뒹굴고 하는 모습은 이젠 예사로운 일이 됐다.
가끔 아빠가 악당 타노스 역을 맡고 아이들은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이 돼서 서로 힘을 합쳐 타노스인 아빠를 샌드백처럼 신나게 난타하는 일도 흔하다.
돌이켜보면 A씨에게도 비슷한 유년 시절이 있었다. 40대의 A씨가 초등학교 시절에 가장 유행했던 공상과학영화는 바로 ‘우뢰매’였다. 국내 로봇만화의 거장 김청기 감독이 1986년 만든 '외계에서 온 우뢰매'는 특수 촬영된 실사 영상에 애니메이션이 융합된 만화 영화로 단관 개봉으로 극장 시설이 현저히 열악했던 당시에 약 380만명의 관객(제작사 발표 기준)을 모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A씨도 당시에 부모님을 졸라 우뢰매 로봇 프라모델도 사고, 주인공인 에스퍼맨 우주복 코스튬을 입어보기를 간절히 원하기도 했다. 당시엔 지금처럼 코스튬을 따로 구입할 수는 없었기에 부모님을 조를 수는 없었지만, 에스퍼맨이 돼 하늘을 날고 정의의 사도가 돼 악당을 물리치는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독자들의 PICK!
30여년의 세월이 지나 A씨는 아이언맨에 푹 빠져 겁도 없이 1400만원 짜리 수트를 사달라는 아이의 성화가 어이없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하늘을 날고 손에서 광선이 나오며 악당들을 멋있게 물리치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남자 아이들에게는 공통적인 로망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A씨는 최근 두 아들을 데리고 마블 시리즈의 신작 ‘캡틴 마블’을 보러 극장을 다녀왔다. 물론 영화는 마블 시리즈답게 재미있었고 아이들은 엄지척을 하며서 극장을 나왔다. 하지만 만족감이 불안감으로 변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캡틴 마블이랑 타노스랑 싸우게 되나요? 싸우면 누가 이겨요?”, “캡틴 마블이 세요 아니면 아이언맨이 세요?”, “캡틴 마블은 날아다니는데 캡틴 아메리카는 왜 못 날아요?”, “타노스에게 죽은 캐릭터들은 다시 살아날 수 있나요?” 등등 질문이 연거푸 쏟아졌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언맨에 대한 아들의 관심이나 호기심이 과도하거나 나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아이들과 대화할 수 있는 좋은 소재이도 하거니와 가끔은 아빠가 과학에 대해 아는 척도 할 수 있고, 때론 아이들과 뒤엉켜 아직 죽지않은 아빠의 힘자랑(?)도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너 아이언맨 수트 만들려면 공부 잘해야 돼”,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가 얼마나 공부 잘하는 사람인지 아냐?” 하면서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들에게 공부를 권유하는 좋은 유인책이 되기도 한다.
굳이 아들에게 공부를 강요하고 싶다는게 아니다. 과거 어른들 같았으면 1400만원짜리 수트를 사달라고 하면 대번 혼찌검이 나거나 "공부나 잘 해"라는 핀잔만 받았을 게 뻔하다. 하지만 A씨는 아들에게 꿈이 있다는 게 오히려 흐뭇했다. 비록 1400만원짜리 수트를 사줄 수는 없어도, 꼭 아이언맨 수트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아들의 꿈을 응원하기 때문이다.
꼭 과학자가 아니어도 좋다. 방탄소년단 같은 아이돌이면 어떻고, 류현진 같은 야구선수면 또 어떤가? 아이들이 뭔가 되고 싶고, 하고 싶고, 이루고 싶다는 꿈과 열정이 성인이 되어서도 꼭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4월에 어벤져스 시리즈의 종착역인 ‘엔드 게임’의 개봉이 예정돼 있다. 아이언맨 수트를 만드는 과학자가 되겠다는 아들의 꿈을 응원하는 아빠인 A씨에게 영화관을 찾는 시간과 비용 정도는 전혀 아깝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