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학교는 벌써 진도 나간다는데…" 교육격차에도 발만 '동동'

"옆 학교는 벌써 진도 나간다는데…" 교육격차에도 발만 '동동'

오세중 기자
2020.04.07 08:20
2일 인천 서구 초은고등학교에서 선생님이 코로나19에 대응한 실시간 화상 수업을 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2일 인천 서구 초은고등학교에서 선생님이 코로나19에 대응한 실시간 화상 수업을 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경기도 분당에 사는 워킹맘 김모씨(45)씨는 '온라인 개학' 소식에 걱정이 앞선다. 그나마 프리랜서 개념의 업무로 비는 시간을 활용할 수 있지만 매일 같이 아이와 붙어 학습지도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근에 사는 언니나 부모님, 이른바 아이들에게는 '조부모' 찬스를 생각하지만 그것 역시 등교수업 연기가 장기화될 경우 딱히 대안이 없다.

7일 교육부가 오는 20일부터 시작하는 초등학교 1~2학년 온라인 개학에서 EBS 방송과 학습지로 원격교육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가정·학교 여건별 교육 격차가 벌어질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20일부터 1~3학년의 원격수업을 시작하지만 스마트기기 유무와 관련 없이 여건에 따라 저학년 아이들의 학습지도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교육당국의 원격수업 지침이 현 시점에서 가능한 최선일수도 있지만 학교별, 가정별 여건에 따라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지 학부모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3월부터 이미 진도 '차근차근' VS 학교 권고 뿐 진도 대책 '소홀'
한 사립초등학교는 이미 온라인 강좌를 통해 학업공백 없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캡쳐
한 사립초등학교는 이미 온라인 강좌를 통해 학업공백 없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캡쳐

서울 사립초등학교 등 일부 학교는 3월 개강연기 때부터 다양한 경로(앱, 자체 동영상 강의)를 통해 학생들에게 숙제 및 학업 진도를 꾸준히 이어왔다. 학업 공백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서대문구에 사는 초등학생 자녀 2명을 둔 김모씨(46)는 "3월 개강시기부터 학교에서 등교 때와 못지 않은 과제를 제공했고, 꾸준히 수업을 이어왔다"면서 "온라인 개강이 본격화 되면서 지금은 이미 온라인으로 촬영한 영상으로 자녀들이 수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가 제공한 일정표에는 등교수업과 마찬가지로 빼곡한 쪽지시험일정과 숙제, 진도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표가 적혀 있었다.

반면 인근에 종로구에 사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정모씨(48)는 "딸이 학교에 다니는데 학교에서 EBS수업을 들으라고 권장은 했지만 강제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며 "다만, 자체적으로 아이에게 진도에 맞춰 교육을 시키고 있지만 자체적으로 해나가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학교에서 EBS수업을 들으라고 공문은 보냈지만 그 뿐 어떤 구체적인 지시는 없었다는 것이다.

부산지역의 한 공립초등학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달 가까이 계속된 학업 공백에도 고작 며칠 전에 온라인 개강 발표에 이런 수업을 들어보라고 프로그램 목록을 보내왔을 뿐이다. 4월초에 보내온 학교 공문에 3월초부터 표시된 들어야 할 프로그램이 적혀 있었다.

부산 공립초에 자녀를 보내는 박모씨(43)는 "아무 전달사항이 없다가 지금 3월초 일정을 보낸 것은 온라인 개강 얘기가 나오니 지금부터 한달 동안 밀린 분량을 들으라고 하는 것인지 의아하다"며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이 집에서 개인적으로 진도를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맞벌이 부모인 박씨는 "하루종일 회사를 가는데 아이들에 달라 붙어 교육을 시킨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소위 엄마찬스를 쓰고 있지만 언제까지 할 수 있을 지 걱정된다"고 하소연했다.

선생님과 학교는 뭔 죄?...교육당국도 한계에 발만 '동동'
코로나19 여파로 전국 초·중·고교의 개학이 미뤄진 가운데 30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휘봉고등학교에서 교사들이 온라인 원격수업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전국 초·중·고교의 개학이 미뤄진 가운데 30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휘봉고등학교에서 교사들이 온라인 원격수업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교육부가 내린 개학 연기 결정에 대해 학부모와 학교현장에서의 일선 교사들 대다수는 찬성하는 분위기다. 통제되지 않는 학교현장에 아이들을 등교시켰다가는 집단감염이라는 더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명확하게 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 교육부가 급하게 원격수업안을 준비기간도 없이 학교에 던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에 한 중등학교 교사 이모(42)씨는 "개학 연기도 좋고, 원격수업도 좋은데 미리 연기할 가능성을 고려해 수업준비를 시켰어야 하는데 급하게 원격수업을 하라고 지침을 내려 우왕좌왕하고 있다"며 "학교마다 촬영시스템 조차 없는 곳도 많은데 갑자기 원격수업을 하라고 하면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매일 같이 학교에 나가서 어떻게 원격수업을 할 지 선생님들이 모여 고민하고 있는데 쉽지 않다"며 "교육부가 조금 여유를 주거나 미리 원격수업 가능성을 제시했더라면 준비기간이라도 있었을텐데"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교육당국이 여러방법을 써서 원격수업을 진행하라고 했지만 실시간 교육을 시도해볼 지, 녹화된 영상을 올려야 할 지, 녹화나 편집은 학교에서 가능한 지 제각각이다보니 학교현장에서는 선생님의 피로도만 쌓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부가 준비한 원격수업 시연 등에서도 이미 우려되는 문제는 고스란히 들어났다.

이날 교육부가 온라인 개학을 지원하기 위해 전국 교사와 교육 공무원들로 구성한 '1만 커뮤니티' 온라인 임명식 자리에 끊김 현상이 생긴 것.

온라인 임명식 마무리를 하면서 교사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는 순간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노트북 접속이 끊겼다. 영상회의 프로그램 화면에는 1분여 동안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학생들의 접속이 몰릴 경우 이 같은 끊김 문제도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초등학교 1~2학년의 경우 EBS방송 중심의 교육을 권장했지만 EBS사이트도 동시 접속으로 끊김현상이 한 번 발생했던 만큼 다른 혼란이 야기될 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학부모들과 교육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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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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