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밸리' 색깔 바꾼 게시글 한줄 오세훈, 온라인 이슈도 챙긴다

'G밸리' 색깔 바꾼 게시글 한줄 오세훈, 온라인 이슈도 챙긴다

오상헌 기자
2025.12.15 04:24

"구디·가디 가면 우울해진다" 회색→녹색공간 재편안 마련
서울시, 뉴미디어 여론 '주시' 매일1회 간부회의 보고·토론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일 오후 서울 금천구 G밸리G밸리 국가산업단지 내 특별계획구역 민간개발부지인 교학사 부지를 방문해 핵심 매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는 교학사 부지에 지하 4층~지상 24층 규모의 주거·업무·전시장·갤러리·체육시설·공공도서관과 녹지공간이 결합된 복합시설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일 오후 서울 금천구 G밸리G밸리 국가산업단지 내 특별계획구역 민간개발부지인 교학사 부지를 방문해 핵심 매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는 교학사 부지에 지하 4층~지상 24층 규모의 주거·업무·전시장·갤러리·체육시설·공공도서관과 녹지공간이 결합된 복합시설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구디(구로디지털단지) 가디(가산디지털단지)에만 가면 이유를 모르겠지만 마음이 조금 우울해진다."

지난 10월2일 열린 서울시청 오전 간부회의. 온라인 커뮤니티의 짧은 글 하나가 이날 회의의 주요 의제로 올라왔다. 2030 젊은 직장인들의 날 감정을 그대로 담은 문장이었다. 구디·가디 일대의 녹지부족을 지적한 온라인 게시글을 주제로 이날 회의는 전례 없는 토론으로 달아올랐다고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구로구 항동에 수목원이 있지만 일반 직장인들이 이용하기 어려워 생활권 녹지로서는 불충분하다"며 "녹지확충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니즈(수요)가 높아진 만큼 세월의 흐름과 트렌드 변화를 빠르게 읽고 G밸리의 공간구조에 반영하라"고 도시공간본부에 지시했다.

그로부터 두 달 남짓 후인 지난 11일 오후 G밸리(서울디지털국가산업단지)를 찾은 오 시장은 "준공업지역 제도개선을 반영한 첫 민간개발 사례인 교학사 부지를 개발해 녹지여가 거점공간을 충분히 갖춘 미래형 경제·생활 중심지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민 누군가가 온라인에 쓴 글이 G밸리의 지도를 바꾸는 트리거(방아쇠)가 된 것이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매일 아침 오 시장이 주재하는 시 간부회의가 이전과는 적잖이 달라졌다. 통상 레거시 미디어(전통적인 신문·방송)가 설정한 주요 이슈와 의제를 중심으로 시정 전반을 점검했으나 지금은 SNS(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 디지털 공론장의 여론이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변화가 시작된 것은 지난 7월부터다. 오 시장은 당시 "시정에 역동성을 더하려면 신선한 시각과 활발한 토론이 필요하다"며 간부회의가 단순히 언론보도 내용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정형화한 형식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한다.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로 상징되는 젊은 세대가 즐겨 소통하는 디지털 공론장의 시민일상 의제를 회의 테이블에 올려 토론하고 대안을 찾아보자는 제안이었다.

서울시는 이후 뉴미디어에서 이슈를 발굴해 매주 1회 간부회의에 보고하고 토론주제로 삼았다. 조회 수가 급증한 유튜브 콘텐츠와 실시간 트렌드에 오른 SNS 게시글은 물론 시민생활과 관련한 디지털 공간의 의제들이 성역 없이 간부회의에서 다뤄졌다. 회의에 활력이 더해지자 지난 8월부터는 뉴미디어 이슈 보고를 매일 1회로 늘려 새로운 회의방식과 체계가 자리잡았다.

'G밸리 녹지여가 산업공간 재편' 계획은 서울시가 온라인 이슈를 포착해 정책으로 응답한 대표사례로 꼽힌다. 구디·가디 일대의 녹지부족 문제는 그간 청년층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왔다. 오 시장은 처음 G밸리 문제를 보고받은 후 "이런 글이 온라인에서 회자될 정도의 단계까지 왔으면 우리 모두가 반성해야 할 문제"라며 "현상을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대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지난 11일 G밸리 현장점검에선 △가로수와 띠녹지를 확충한 '가로숲' 조성 △활용도 낮은 공개공지의 '공유정원' 전환 △가산디지털단지역 '펀스테이션' 조성 등 도시공간 개편구상을 직접 발표했다.

지난 9월 서울시가 내놓은 '서울형 이공계 인재양성 전략(이공계 전성시대)'도 마찬가지다.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한 온라인상의 우려 섞인 목소리를 간부회의 논의 테이블에 올려 정책대안을 마련한 또다른 사례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제된 시각으로 의제를 설정하는 레거시 미디어가 미처 비추지 못한 사각지대를 뉴미디어 의제로 보완해 시정에 역동성을 더하자는 게 오 시장의 주문이었다"며 "일종의 '확장된 레이더'가 G밸리 도시공간을 바꾸는 정책으로 구체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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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헌 정치부장

모색은 부분적으로 전망이다. 모색이 일반적 전망과 다른 것은 그 속에 의지나 욕망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 고종석, 코드훔치기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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