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가 결국 '여권'으로 간 까닭은?

손학규가 결국 '여권'으로 간 까닭은?

박재범 기자
2007.06.25 16:45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25일 '범여권' 합류를 선택했다. 이미 예견됐던 바다. "시기만 문제였지…"(중도개혁통합신당 관계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실제 그는 범여권 주자중 지지율 1위를 달리며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나 이해찬 전 총리 등 현정부 출신 정치인보다 더 '범여권 주자'로 대접받아왔다. 그래서인지 그의 범여권행은 '뉴스'가 아니다.

한나라당을 나온 지 정확히 98일만에 이뤄진 그의 '범여권행'. 손 전 지사측은 이 기간을 두고 "시베리아 생활"이라고 했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한 의원은 "세탁 기간"이란 표현을 썼다. 여하튼 지금은 "추위를 이겨냈다"와 "세탁은 끝났다"는 평가가 나오는 시점이다.

다만 예상보다 다소 빠른 선택이란 분위기도 없지 않다. 그가 독자 정치세력화를 내걸고 '선진평화연대'를 출범시킨 게 불과 1주일전. 1∼2개월 정도 독자 행보를 취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내부적으로도 논란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지부진한 범여권 상황에 발을 담글 필요가 없다는 쪽과 범여권 제 정파들이 자리를 잡으면 치고 들어갈 여지가 없다는 쪽이 맞섰다. 이 사이에서 결국 그는 '반발짝' 빠른 행보로 마음을 정했다.

이런 선택에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이 한몫 했다는 후문이다. 김 전 의장은 불출마 선언과 동시에 '대선주자 연석회의'를 제안, 손 전 지사가 참여할 공간을 만들어줬다.

손 전 지사는 "김근태 전 의장이 추진하는 대통합의 방향과 방안을 전폭 지지한다"고 화답했다. 물론 대선주자 연석회의 참여여부나 세력 통합 등 구체적인 것은 없다.

이를 두고 여권의 한 인사는 "현재 국면에서는 여기까지가 정답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자신이 나서 뭔가 하려는 인상을 주기보다 현재로서는 '원칙'을 밝히는 수준으로 끝내고 이후 행보를 취할 것"(열린우리당 탈당 의원)이란 얘기다.

"김 전 의장에 대한 지지 속에 이미 '방법론'에 대한 동의는 포함된 것 아니냐"(우상호 의원) 해석도 나온다. 이날 회동도 손 전 지사가 먼저 제안해 이뤄진 만큼 적극성이 예전과 다른 것도 사실. 조심스럽게 범여권에 한발 걸치는 작업이 시작된 셈이다.

특히 손 전 지사가 밝힌 '대통합'에 주목하는 이들도 적잖다. 그가 "과거로 회귀하는 통합이거나 특정 정치인, 정치세력간 야합으로 비춰져서는 안 된다"고 말한 대목이다. '김근태' 지지와 맞물려 사실상 '소통합'과 각을 세웠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는 범여권의 '현재'와 맞물린다. 통합 과정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소통합'이 이뤄질 경우 그의 입지가 그만큼 좁아들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한 의원은 "민주당과 통합신당의 합당이 이뤄지고 나면 사실상 범여권의 분열은 고착화되는 양상이 된다"면서 "이후 손 전 지사의 자리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소통합'을 반대하고 있는 김 전 의장과 세력 확장을 꾀하고 있던 손 전 지사의 뜻이 맞아떨어졌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게다가 손 전 지사의 선택으로 범여권의 '세력'보다 '후보'쪽으로 무게추가 기울어 진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세력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8인회의 등은 성사조차 되지 못한 반면 이날 국민경선추진협의회가 발족하는 등 후보쪽 움직임은 힘을 얻고 있기 때문.

범여권 한 의원은 "대통합은 대선을 위해 하는 것이고 대선은 후보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판"이라며 "세력간 통합이 이뤄지더라도 결국 후보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범여권에서 지지율 1위인 손 전 지사로서는 '후보' 중심이 되는 판에 더 매력을 느꼈을 것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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