돛 올린 정몽준, 3년 후 '정조준'

돛 올린 정몽준, 3년 후 '정조준'

심재현 기자
2009.02.09 16:33

정책연구소 개소 이어 당내 현안 잇단 언급…박근혜 전 대표와 차별화 시도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시간표는 2012년 12월 18대 대통령 선거일에 맞춰져 있다. 중간에 당권, 총선 등 작지 않은 과제가 놓여있지만 최종 목표는 대권이다.

정 최고위원은 최근 이를 위한 행보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3월 중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귀국하고 친박(친 박근혜)계가 본격적인 움직임을 공언하고 있는 만큼 먼저 치고 나가겠다는 판단이다.

무엇보다 당내 현안에 대한 이례적인 언급이 눈에 띈다. 정 최고위원은 9일 최고위원회에서 "정치인들은 흔히 행정부 공무원을 가리켜 영혼이 없는 조직이라고 쉽게 폄하하면서 한나라당은 영혼이 과연 살아있는 것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당 소속 의원들이 쟁점법안 처리에 부진한 데 대한 일침이었다.

지난 6일 한 라디오방송에선 박 전 대표가 당청회동에서 쟁점법안 처리를 두고 이견을 비친 데 대해서도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원칙적으론 옳지만 정부 여당이 경제에 어떻게 좋은 효과를 가져올지 고심하고 있는 걸로 봐야 한다"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에 들어와 보니 회의가 참 많은데 허심탄회한 대화는 그렇게 많지 않다"며 "소위 말하는 계파 시각에서 탈피했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말했다.

대권 주자로서 정책역량 강화에도 시동을 걸었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6일 여의도에 정책연구소 '해밀을 찾는 소망'을 차렸다. 연구소 관계자는 "기존 보좌진만으로는 정책 연구에 한계가 있어 연구소를 마련하게 됐다"고 전했다.

사재를 털어 세운 '아산정책연구원'도 오는 11월 광화문 인근에 지상 3층, 지하 3층 규모의 새 건물에 입주하면서 연구 인력을 대거 확충할 예정이다.

정 최고위원은 그동안 성공한 경제인으로 다져온 '외교력'을 활용해 국제무대에서의 정치 위상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 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 지도층 인사 모임인 '알파파 클럽' 만찬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 축하인사를 전했다. 한국 정치인으로서 취임 후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 것은 정 최고위원이 처음이다.

미 보수주의를 대표하는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을 방문하고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하는 오찬에도 참석해 북한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일각에선 정 최고위원이 16년간 짊어졌던 대한축구협회장 직을 벗고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서면서 2018년 또는 2022년 월드컵 재유치를 추진 중인 것도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 정 최고위원이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 이후 대선 후보로 급부상한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정 최고위원의 최근 행보에 대해 "입당한 지 1년이 넘어가면서 당내 입지를 구축하고 대외적 행보를 늘려 대권을 향해 일보 전진 하는 모습"이라고 보고 있다. '정무'에 약하다는 정치권 안팎의 문제제기에 정 최고위원이 결심을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당내 경쟁자인 박 전 대표를 넘기 위해 조기 대선 모드로 전환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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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기자

머니투데이 뉴욕 특파원입니다. 뉴욕에서 찾은 권력과 사람의 이야기. 월가에서 워싱턴까지, 미국의 심장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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