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의 여의도 편지
#집권 여당 대표의 선택은 재보선 불출마였다. 장고 끝 내린 결론이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16일 "재보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재보선 출마설이 불거진 이래 시간이 갈수록 그는 불출마쪽으로 기울었다. 재보선 지역구(인천 부평)가 수도권이라 당 대표가 나가는 게 적잖은 부담이었기 때문. 당 주류 인사들도 출마를 권유하면서 "무조건 당선되는 지역으로 가야 한다"고 선을 제시했다.
막판 변수는 울산 북구였다. 재보선 지역에 추가되면서 다시 출마 흐름이 감지됐다. 박 대표가 휴가를 내고 고민을 시작한 것도 이 때다. 무엇보다 울산 북구는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하늘이 내린 기회"란 얘기도 주변에선 나왔다. 하지만 결국 그는 불출마를 택했다.
#이에앞서 또다른 선택이 있었다. 구여권 대선 후보의 선택이었다.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은 재보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 역시 출마와 불출마 사이에서 장고를 하다 결론을 내렸다. 그만큼 고민도 깊었다.
재보선 지역구(전주 덕진)이 정치적 고향이라 부담도 적잖았다. "대선 후보까지 지낸 사람이 고향에서 안주한다" "제2의 ○○○가 되려 한다" 등 비판이 쏟아졌다. "감내하겠다"고 받아쳤지만 속은 쓰렸다.
정 전 장관측에선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했다. '정치적 재기' '부활' 등의 말도 나왔다. 하지만 이보단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는 데 더 무게를 뒀다. 그래도 당 주류 인사들은 출마를 말렸다.
#비슷한 고민 속 두 거물은 다른 결단을 내렸다. 한 사람은 당 주류의 출마 권유를 뿌리쳤고 한 사람은 당 주류의 불출마 요청을 거부했다.
반응은 다르다. '불출마'엔 격려의 박수가 몰린다. 박 대표는 "경제 살리기"를 불출마의 변으로 내걸었다. 집권 여당 대표가 '의원 배지'보다 '경제'에 더 신경을 쓴다는 인상을 주기 위한 레토릭이다.
하지만 이보다 "그것이 이번 재보선의 정쟁화를 막는 길"이라는 말에 더 관심이 간다. 그의 출마가 가져올 여러 시나리오를 여권 전체가 검토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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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다른 거물의 '출마'엔 긍정과 부정이 엇갈린다. 긍정은 '스타의 수혈'을, 부정은 '이명박 정부 심판 구도 희석화'에 기대있다.
그리고 둘 다 일정 정도 현실화됐다. 어느덧 재보선의 화두는 DY(정동영)가 됐고 구도도 변했다.
다만 누구의 선택이 더 옳았는지는 기다려봐야 한다. 두 사람이 처한 위치가 달랐기에 결론도 달랐고, 그래서 그 이후가 더 달라질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