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포차정치' 그리워하기 전에

[기자수첩]'포차정치' 그리워하기 전에

김지민 기자
2009.08.03 16:22

"회담할 때는 치열하게 붙다가도 끝나면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잔 하면서 서로 털어버리는 그런 맛이 있어야 하는데 말이지···"

여당의 한 중진의원이 요즘 정치판을 두고 한 넋두리다. 중진급 의원들을 만나면 으레 이처럼 옛 정치의 낭만적인(?) 모습을 그리워하곤 한다.

지금은 찾아볼 수 없지만 15대 때까지만 해도 여의도 국회의사당 일대에 포장마차 행렬이 즐비했다고 한다. 당시 여야 의원들은 격렬한 대립 속에서도 밖에 나와선 '형님, 아우' 하면서 쌉싸래한 소주를 나눴다고 한다. 쌓인 감정과 앙금을 푸는 낭만으로 기억된다.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준표 의원도 지난해 8월 국회가 원 구성 협상으로 파행을 겪고 있을 때 "(예전에는) 여야가 다툰 후에도 포장마차에 가서 소주 한 잔 기울이며 다 풀었다. 포장마차가 그립다"는 말을 여러 번 꺼냈다 .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미디어법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장외투쟁에 나선 민주당을 향해 '삼계탕 회동'을 갖자고 했다. 여야 지도부가 냉면이나 삼계탕이라도 같이 먹으면서 대화의 물꼬를 터보자는 취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맥주회동'에 착안한 제안이다.

하지만 삼계탕 회동 제안은 정치권 실태에 비춰보면 현실성을 잃는다. 대다수 의원들이 한결같이 "여의도 정치에 대화와 신뢰가 사라졌다"고 푸념하면서도 '벼랑 끝 비난전'에 몰두한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최소한의 예의를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7월 미디어법이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통과됐지만 여야 의원들은 약속이나 한 듯 '미디어법 후폭풍'에 대한 책임을 상대방에 떠넘긴 채 헐뜯기에 빠져 있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어떨까. 정 최고위원의 제안과 관련, "그것 먹을 시간에 국민을 위해 일할 생각이나 하라"며 핀잔을 주는 네티즌의 반응이 단적으로 말해 준다.

여야가 요즘 주고받는 비난전은 원색적인 감정싸움으로 비춰진다. 상대방에 대한 분노(뜨거운 가슴)를 절제하지 못한 결과다. 혹은 그것을 당연시하는 관행의 산물이다. 그 속에서 차가운 머리(이성)는 설 곳이 없다. 정치에 가장 중요한 '이성'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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