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강력 비판…실세 유지, '한시적인 배려'(?)
13일 단행된 차관급 인사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박영준 지식경제부 제2차관 내정자다. 당초 여권에서는 박영준 내정자가 당분간 현직에서 물러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었다. 민간인 불법사찰, 산업·금융계 인사 개입 등의 배후로 지목된 상태에서 실권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박영준 내정자는 비록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에서 지경부 차관으로 수평 이동했지만 지경부 2차관이란 요직을 꿰찼다. 2차관은 이명박 대통령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자원개발을 비롯 에너지, 무역 분야를 총괄 지휘한다. 이에 따라 박 내정자가 여전히 '왕차관'의 위치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여권에 따르면 박 내정자는 이 대통령의 '최고 비서·집사'로 통한다. 정권 출범 초기 기획조정비서관을 맡을 당시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갈등을 빚어 야인 생활에 이어 국무차장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신임은 여전했다고 한다.
박 내정자는 아젠다 발굴 및 제시, 현안 처리 능력, 폭넓은 네트워크 형성 및 관리 등에서 남다른 실력을 지녔다는 평가다. 이는 10여 년 동안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을 지내며 쌓은 능력이다. 그는 상관의 의중을 미리 헤아려 사전 대비하고 필요할 때 즉각 대처하는 신속함과 명민함으로 소문나 있다. 그가 부임하면서 국무차장의 역할과 권한이 대폭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박 내정자가 실세 차관으로 자리를 옮김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그는 국무차장 시절에도 자원외교에 주력해 재임 중 아프리카를 세 차례나 다녀왔다. 또 자원개발 관련 인프라 구축, 현지 고용 등 정책을 제시해 성과를 거뒀다. 따라서 2차관 직을 맡아 자원외교에 성과를 더하라는 임무를 맡았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박 내정자가 예전의 권한을 행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쉽게 내치지 않는다'는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상 차관급을 유지했지만 '한시적인 배려'일 수 있다는 것. 검찰의 불법사찰 수사에 대해 '꼬리자르기식'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야당은 그 배후로 박 내정자를 줄곧 지목하고 있다. 게다가 정두언 최고위원 등 여권 내부에서도 그의 '건재'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