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통로비' 지고 '靑대포폰' 급부상

'몸통로비' 지고 '靑대포폰' 급부상

양영권 기자
2010.11.04 16:01

"정치공방에 기력 쇄진" 우려도

강기정 민주당 의원의 폭로로 촉발된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의 이른바 '몸통 로비 의혹' 논란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청와대의 속칭 '대포폰'(명의도용 휴대전화) 사용 의혹과 관련해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에 대한 재수사 필요성 논란이 정국 쟁점으로 급속하게 부상했다.

민주당은 4일 '몸통 로비 의혹'을 더 이상 확산시키지 않기로 입장을 정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내 경험상 영부인 문제를 너무 많이 말하면 국민에게 좋지 않더라"며 "이제 영부인에 대한 얘기는 이 정도로 끝내자고 강 의원을 설득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역시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국회의원 면책특권 문제에 대한 추가적인 공세를 중단했다.

박 원내대표는 전날까지만 해도 김윤옥 여사 의혹에 대한 '백업 자료'가 있다며 날을 세웠다. 그러나 국회 윤리위원회의 강 의원에 대한 징계 등 역풍을 우려해 추가적인 언급을 자제하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재오 특임장관이 여야 원내대표를 만나 "강기정 의원과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면 정치권 불신과 혼란만 가중 시킨다"며 자제를 요청한 것도 입장 정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박 원내대표는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이 장관과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며 "다만 김 여사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여당과 조율을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처럼 김 여사 의혹 공방에서는 한발 물러나는 대신 국무총리실의 민간인사찰 사건과 관련한 청와대의 '대포폰' 사용 의혹을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에 비유하며 공세를 계속했다.

전현희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청와대 대포 폰은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을 능가하는 메가톤급 스캔들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박 원대대표도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의 몸통이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을 일컫는 '형님'이라고 직접 지칭하며 공세에 나섰다.

민간인 사찰 의혹은 여권에서도 재수사 필요성이 언급됐다.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BH(청와대) 지시사항'이라는 메모가 이미 나왔고 대포 폰이 지급됐다는 사실이 나왔음에도 검찰이 이 사건을 두고 적당히 넘어가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재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여야가 이처럼 정치적 공방에 집중하면서 여야간 정책 논의는 소외된 모습이다. 정부 정책에 집중돼야 할 대정부 질의에서도 국회의원 면책특권과 대포 폰 논란이 이슈로 떠올랐다.

정기국회가 종료를 한 달여 남겨놓은 상황에서 여야 의원들이 지나치게 '정치적인' 사건으로 기력을 소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야당 중진 의원은 "기 싸움을 통해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접적으로 민생과 관련된 현안을 놓고 머리를 맞대는 모습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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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권 논설위원

머니투데이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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