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유일한 통로, 관계 파국불구 이도저도 못해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개성공단에 대한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남북관계가 경색될 때 마다 개성공단의 폐쇄 문제가 불거지지만 현실적으로 쉽사리 결단을 내리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개성공단 폐쇄카드 나올까=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24일 "우리 국민들의 신변안전 등을 감안해 오늘 개성공단 지역으로의 방북을 잠정 중단키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이날 하루에 한해 출경을 제한하고, 이후 진전 상황을 봐가며 재개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유례없이 출경을 불허하면서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개성공단이 폐쇄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천안함 사태로 인한 '5.24조치' 당시 개성공단의 폐쇄를 검토했으나 남북 긴장완화를 위한 유일한 완충지대라는 점을 감안해 체류인원을 축소하는 선에서 마무리했었다.
하지만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감행할 경우, 우리 측 체류 국민들이 억류돼 사실상 대규모 인질사태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개성공단 폐쇄 조치가 거론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해 3월 북한이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빌미로 개성공단에 대한 인력 및 장비의 출입을 차단하면서 우리 측 인력들이 억류상태에 놓이기도 했다.
◇정부 '사면초가', 깊어가는 고민=남북관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정부로서는 개성공단에 대한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상황에 따라 치명적인 위험요소로 부각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남북관계의 유일한 통로로서 '평화의 존'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현지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들을 볼모로 삼을 수 있다는 위험성을 생각하면 폐쇄를 고려해야하지만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와중에 개성공단 마저 철수한다면 남북 유일한 소통창구가 막히게 되는 셈"이라며 "섣불리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폐쇄 카드가 북한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현재 북측에서는 4만 명이 넘는 근로자들이 개성공단에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섣불리 이를 폐쇄할 시 자칫 북한이 더욱 극단적인 행동을 취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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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기업 관계자들도 이를 가장 염려하고 있다. 개성공단기업협의회 관계자는 "전쟁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섣부른 판단으로 개성공단을 철수하거나 하는 행동은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며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의연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폐쇄 결정시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피해보상도 문제다. 개성공단이 폐쇄될 경우, 남북경협보험에 가입한 입주업체들은 최고 70억원 한도 내에서 투자금의 90%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금전적인 부담을 줄여주는 것일 뿐 사업철수 등에 따른 종합적인 피해상황에 대한 보상은 어려운 실정이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박사는 "입주기업에 당장 투자금 일부를 보상해 준다 해도 향후 사업 복원에 따른 비용 등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사업 철수에 따른 부담과 함께 투자 위축, 주가 급락 등의 부작용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