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민형사상 소송 vs 곤혹스러운 野

민주당이 자충수를 뒀다. 사실관계가 불명확한 폭로로 집권 여당 대표의 가족을 정조준 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무책임한 폭로정치'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되자 곤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파문의 근원은 이석현 민주당 의원이다. 이 의원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 참석해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의 차남인 A씨가 2009년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부정입학했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법대 후배들에게서 제보를 받았다"고 전제하며 국회 상임위원회 차원의 조사를 주문했지만 뚜렷한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정확한 '팩트'지만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사퇴할 때 안 대표가 너무 잘 해 주길래 보류하고 있었던 사안"이라며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들에게 자료를 넘길테니 철저하게 조사하면 뭔가 나올 것"이라고 거들었다.
한나라당의 반응은 즉각적이면서도 격렬했다. 원희목 대표비서실장이 직접 나서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원 실장은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브리핑을 열어 "아니면 말고식 치고 빠지는 저급한 폭로정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안형환 대변인은 박지원 원내대표, 이석현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허위사실 유포의 책임을 물어 두 사람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안 대변인은 "이 의원의 '거짓말 정치'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며 "'박근혜 사찰론' 등 많은 의혹을 제기했지만 아직까지 사실로 확인된 것은 없다"고 비판했다.
서울대의 반박은 직격탄이었다. 서울대가 배포한 해명자료에 따르면 서울대 법대 출신인 A씨는 2009년 모교 로스쿨에 예비합격자 2순위로 추가합격했다. 당시 정원은 일반전형 140명, 특별전형 10명 등 150명이었는데 미등록자 5명 중 서울대 출신 몫으로 3자리가 비면서 합격한 것.
진보 성향인 조국 서울대 법과대학 교수도 자신의 트위터에 "A씨는 부친에 대한 고려 없이 성적으로 선발됐다"며 "안 대표가 밉더라도 팩트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정치적인 틀로 A씨가 인권침해를 당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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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침묵했다. 전현희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브리핑 직후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이 의원이 소명해야지 당 차원에서 대응할 문제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설익은 폭로'를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확실하게 제보를 받았던 사안이긴 했다"면서도 "이 의원에게 '추가합격 하지 못 한 나머지 학생들을 만나 확인절차를 밟으라'고 해 뒀는데 협의도 없이 의총에서 발언해 버렸다"고 설명했다.
제보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관계를 확인하기도 전에 언론에 공표했다는 얘기다. 민주당 고위 당직자도 "본인이 해명할 일"이라면서도 "기본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낙마로 상승세를 탔는데 이번 파문으로 주춤할까 우려하는 기색도 엿보인다. 이 의원이 '박근혜 사찰설'의 장본인이란 점도 민주당을 곤혹스럽게 하는 대목이다. 이 의원은 지난해 12월 제보에 근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정권 차원의 사찰을 받았다"고 폭로,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