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하야운동으로까지 번진 수쿠크, 도대체 왜?"

"대통령 하야운동으로까지 번진 수쿠크, 도대체 왜?"

박성민 기자
2011.02.26 09:52

기독교 거센 반대로 오일머니 유치 장기 표류 불가피

"나는 영원히 대통령과 싸우겠다. 대통령을 당선시키려고 기독교인들에게 많은 노력을 한 것만큼 하야시키기 위해 싸우겠다"

·

급기야 '대통령 하야' 발언까지 나왔다. 그것도 대표적 보수 기독교 인사이자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인 조용기 순복음교회 목사의 입에서다. 이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라 할 수 있는 기독교계가 정권을 향해 날을 세운 것은 '이슬람채권(수쿠크)법' 때문이다.

이슬람채권에 면세 혜택을 주는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두고 정치권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맹이 개정안에 찬성하는 의원들에 대한 '낙선운동'을 압박한 데 이어, 24일 조 목사는 "이슬람을 지지하는 사람이 나오면 기독교인들은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이라며 전면전을 선언했다.

수쿠크는 중동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이 국내외 금융회사를 통해 이슬람국가에서 발행하는 일종의 외화표시 채권이다. 이자를 금지하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이자가 없고, 채권발행 자금으로 부동산 임대료나 수수료 등 실물자산에 투자한 후 이자 대신 배당으로 돌려준다.

기독교계가 법 개정에 반대하는 것은 수쿠크 자금이 테러지원용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슬람 채권 수입의 2.5%를 자선단체에 기부하도록 돼 있는데 이 자금의 행방을 파악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슬람 자금의 국내 유입으로 인한 이슬람세력의 확대도 달갑지 않다. 한기총 수쿠크대책위원장을 맡은 홍재철 목사는 "이슬람 자금이 투입됐을 때 개신교뿐 아니라, 다른 종교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며 종교계의 '반(反)이슬람' 연합을 주문했고, 조 목사도 "이슬람은 종교와 정치가 일치돼 있어 국가적으로 인준한 자금을 통해 종교 활동을 펼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경제적 실익을 강조하는 측에서는 "외화 차입처의 다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며 조속한 법안 처리를 희망하고 있다. 통과가 미뤄질 경우 오일달러 유치를 위한 세계 각국의 치열한 경쟁에서 뒤쳐질 것을 우려한다.

난처해진 건 한나라당이다. 법안 통과를 주장하던 의원들은 잇단 '낙선 경고'에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중동 국가의 대형 프로젝트를 따내고 이슬람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법안 개정이 필수적"이라던 찬성의 목소리는 한층 줄어들었다.

반면 법안 저지의 총대를 멘 이혜훈 의원은 "현행법에서도 수쿠크를 발행할 수 있는데 모든 국세와 지방세를 면제해 세금 한 푼 안내게 하는 건 과도한 혜택"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태가 종교의 정치 개입 논란으로 확대되자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는 23일 "권력화 된 교회는 예수님의 뜻이 아니다"며 "교회는 정치권을 협박하지 말라"고 성토하기에 이르렀다.

여야는 다음달 4일 공청회를 열고 수쿠크법을 논의키로 했지만 국회통과 전망은 밝지 않다. 민주당은 수쿠크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수주와의 연계 의혹을 제기하며 법안 처리에 소극적이다.

법안 처리의 동력을 만들어야 할 한나라당 역시 "2월 임시국회에서는 수쿠크를 통과시키지 않겠다"며 한 발짝 물러선 상태다. 종교계와 각을 세워 표를 잃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4·27 재보궐선거와 내년 총선 등을 앞둔 국회의원들의 '표심바라기'가 계속된다면 18대 국회에서 통과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