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당분간 평당원으로 의정활동 전념"
"내가 없어 봐, 어떻게 되는지."
오는 13일 1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머니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기자가 '최고위원회의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한 발언을 재미있게 들었다'는 말을 건네자 "재미있게 하려고…"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 1년 동안 그의 톡톡 튀는 발언은 늘 화제였다. 여의도의 실종된 '정치'가 복원됐고, 국민들은 대화와 타협을 통한 '정치'의 묘미를 만끽했다.
임기 동안 박 원내대표는 세종시 수정안 폐기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확산 방지 법안 가결,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를 진두지휘했다. 박 원내대표의 임기 끝은 4·27 재보선 승리와 '2년만의 한나라-민주당 지지도 역전'이라는 낭보로 장식됐다.
하지만 그는 "어느 정당도 그 시대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며 끊임없는 혁신을 주문했다. 박 원내대표는 당분간 평의원으로 의정활동에 전념하며 연말에 치러질 당대표 선거를 준비할 계획이다.
-임기 동안 가장 보람 있는 일과 아쉬운 일을 꼽으라면.
▶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집시법 개정안 통과를 저지해 1500명의 촛불 민주시민을 전과자로 만들지 않은 것이 가장 보람 있었다. (집시법 개정이 무산되자) 검찰은 (촛불시위자) 1200, 1300 명을 공소 취하하고 경찰은 내사를 종결했다.
가장 아쉬운 건 4대강 예산을 조정하지 못하고 날치기 당한 거다. 지금 와서 4대강 공사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서울발 KTX가 부산 가까이 가 있는데 다시 돌아오라는 말이나 같다. 집시법이나 북한인권법 같은 것은 민주당의 정체성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반대하지만 4대강과 같은 정책은 유연성을 갖고 차선의 방법을 택하는 게 옳다. 그래서 4대강 보와 준설을 조정하고 예산을 거기에 맞게끔 하자고 여야 합의가 됐는데 청와대 지시로 한나라당이 돌변했다.
-한·EU(유럽연합) FTA(자유무역협정) 비준 동의안 처리 과정에 잡음이 있었다.
▶ 비준안은 통과됐고 600만 소상인과 360만 농민을 보호하는 법은 통과되지 못했다. 한·중 FTA도 거론이 되는데 그 때 가면 농산물 보호가 더 절실해질 텐데 이번에 잘 안됐다.

-한·미 FTA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 한·미 FTA는 재협상 결과가 나쁘다. 특히 미국이 쇠고기 시장을 추가 개방하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절대 반대한다. 그래서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에게도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 약속한 두 가지(SSM 규제, 농민 지원법)를 통과시키고 빨리 기획재정위위원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지식경제위원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등이 참여하는 한·미 FTA 특위를 만들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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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를 위해 '벽돌 한 장이라도 나르겠다'고 했다. 정권교체가 이뤄졌던 김영삼 정권 말기와 현재를 비교하면 어떤가.
▶정권 말기는 대체로 대통령 레임덕 현상이 고조된다. 그건 헌정사에서 반복되는 일이다. 지금은 물가, 일자리, 전월세, 구제역 등 4대 민생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런 것으로 완전히 민심이 이반됐다. 젊은 사람들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 때문에 이중으로 이반돼 있다.
이처럼 국민정서상 조건은 마련됐지만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지난 4·27 재보선처럼 야권 연합·연대를 통해 한나라당 후보와 1대 1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민주당 지지율이 한나라당을 앞질렀지만 웃을 때가 아니다. 혁신과 통합을 위해 더 치열한 노력을 하고 야당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한나라당이 쇄신을 위해 격론을 벌이고 있다. 잘 될 것으로 보나.
▶손학규 대표가 혁신과 통합을 주창하니까 한나라당이 따라오는 모습이다. 어느 정당도 그 시대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야당은 특히 혁신과 통합이 필요하고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지금 싸움만 하고 있는 것 같다.
-손 대표가 대권 후보로 좀 더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보나.
▶원내 진입도 했기 때문에 당 대표로서 좀 더 해나가는 게 좋다고 본다. 다른 대권 후보들도 현재 다 지도부에 들어가 있다. 같이 경쟁하고 국민의 검증을 거쳐 당원의 인정을 받는 게 좋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여권에서 일고 있다
▶나올지 안 나올지는 본인이 판단하겠지. 하지만 유리하면 나오고 불리하면 나오지 않으면 되겠나. 지도자답게 처신해야 한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중요한 지도자로 지도부의 한 축이었다. 집권 여당의 지도자로서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

-당분간 평의원으로 있어야 한다. 계획을 말해 달라.
▶지도부에서 잘 하리라 믿고 평의원으로서 당이 필요하다고 하면 무슨 일이라도 하겠다. 또 의정 활동에 전념하겠다. 역시 야당 의원은 의정활동으로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여러 차례 당대표 출마를 시사했는데, 아직 공식화하기는 이른가?
▶비록 임기가 3일밖에 안 남았지만 아직 내가 원내대표 직에 있다. 3일 동안 뭘 어떻게 바꿀지 모르지 않나.(웃음)
인터뷰 도중 차기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한 의원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박심(朴心)'이 어디에 있느냐가 관심이기도 하다.
기자가 "지원을 해달라는 전화냐"고 묻자 "내 이름이 '지원'이다. '지원'을 잘 한다"고 웃어넘겼다. "지원할 후보는 정했나?"라고 물었지만 "아직 무슨 말을 하기는 이르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