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대기업 특혜 줄여 중소기업에 돌려야 '경제 선순환' 이뤄져"

박영선 민주당 정책위의장(사진)은 25일 "'부자감세'를 철회하는 것 외에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특혜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뤄진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대기업에 대한 특혜 철회는) 재벌을 죽이는 게 아니라 중소기업도 대기업처럼 클 수 있는 동등한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18대 국회 남은 1년 동안 친서민 정책 확대와 함께 '재벌 특혜 축소' 열풍이 강하게 일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MBC 경제부장 출신 재선 의원인 박 의장은 17대 국회 BBK 공방과 18대 국회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저격수', '강성' 이미지를 갖고 있다. 박 의장은 정책위의장으로서도 "'엑센트'(강조점) 있는 정책을 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민주당의 정책위의장에 임명됐다. 손학규 대표가 중책을 맡긴 이유를 뭐라고 보나.
▶ 손 대표가 '진보적 성장'이라는 화두를 들고 나오고 '민생진보'를 얘기하고 있다. 이는 서민과 중산층에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고 복지가 성장의 축이 되는 것을 말한다. 서민과 중산층에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려면 특권층을 위한 정책은 더 이상 안된다. 나는 그동안 "특권층이나 재벌을 위한 정책에 따른 '낙수효과'라는 것은 그들만의 잔치고, 그들만 잘 살면 된다는 것"이라는 점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여기에 검찰개혁 부분도 민주당이 안고 가야 할 중요한 화두라고 생각한다. 나를 임명한 것은 지금까지 내가 해 왔던 그런 일들을 손 대표가 지속적으로 추진해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생각한다.
또 지금 정치는 '생활정치'로 변모하고 있다. 시대가 선 굵은 정치인과 함께 섬세하고 부드러운 포용력을 원하고 있다. 그래서 여성 정책위의장을 임명한 것 같다.
-임기 동안 어떤 일을 하고 싶나.
▶내가 MBC에서 경제부장을 했다. 그 때부터 생각해 왔던 것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엑센트' 있는 정책을 펼치고 싶다. 지킬 것은 지키고, 포기할 것은 포기할 것이다. 국민을 받드는 정책이 최고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진보냐 보수냐, 좌클릭이냐, 우클릭이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국민을 받드는 정책 중에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은 지키면서 포기할 것은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지켜야 할 것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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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생고 해결이 우선이다. 이것은 제1야당으로서 아무리 외쳐도 부족하지 않다. 민주당이 그동안 외친 것이 이제 메아리로 돌아오는 것이 여당의 '반값 등록금'이 아닌가 한다.
또 지금 물가폭탄 시대가 오고 있다. 고환율 정책으로 3년 동안 축적된 물가상승 압박이 있고, 공공요금 인상도 기다리고 있다. 물가문제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처절한 고민을 해야 한다. 아무리 성장을 하면 뭐하나. 성장률이 4%인데 물가 상승률이 5%이면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것과 똑같은 결과다. 고환율 정책이 낳은 혜택은 대기업과 특권층이 보고 물가문제는 서민이 떠안는 형국이다.
여야가 소통 안 하면 물가는 풀지 못한다. 6월 국회에서 물가와 반값 등록금, 전세난 등 3가지 문제는 당정(여·야·정) 협의를 통해서 풀어나가야 한다.
-재벌 개혁에 관심이 많아진 이유는.
▶미국 특파원을 하면서 미국 사회가 건강한 것은 경제의 선순환구조 때문이라는 것을 파악했다. 미국에는 무명의 대학생이 전 세계적인 기업을 일군 사례가 많다.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트위터 등이 그것이다. 이들은 꿈과 희망을 지속적으로 주고 있다. 이것이 미국의 생명력이다. 그 배경에는 '공평한 기회 부여'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술과 창의력, 열정이 있어도 중소기업이 자본의 벽을 뚫고 나갈 수 없다. 우리나라도 벤처가 어느 정도 성공하면 30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순환구조가 막혀 있다. 박정희 개발경제 때부터 재벌이 특혜를 받는 게 습관화됐기 때문이다.
재벌을 죽이자는 게 아니다. 중소기업들도 재벌기업처럼 클 수 있는 기회를 동등하게 주자는 것이다. 조세특례 제한법을 자세히 들어다보면 재벌의 법인세 감면이 어마어마하다. 반면 중소기업들이 특혜 받을 수 있는 조건은 굉장히 엄격하다. 재벌만의 특혜는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 당론이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있다.
▶ 결국 세금과 재원이 얼마나 뒷받침되는가의 문제다. 세금을 단순한 세금으로 볼 것이냐, 미래에 대한 보험으로 볼 것이냐 개념정리가 필요하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보편적 복지를 우리 국민들이 원하는 미래의 행복과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는 증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증세를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동의를 얻는 절차가 필요하다. 당장은 '부자감세'를 철회하는 것 외에 대기업 법인세 특혜를 없애야 한다.
-법인세 특혜에 대해 좀 더 설명하자면.
▶ 현재 대기업들이 정해진 법인세를 모두 내고 있는가. 아니다. 이를테면 지주사로 전환하면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는데 기업들이 2009년 4조원의 혜택을 받았다. 2008년에는 혜택이 1조5000억원 정도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낮아진 세율을 복귀시키는 것 외에 그런 대기업 특혜를 줄여 혜택을 중소기업에게로 돌려야 한다.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회사 지분 보유를 허용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그런 차원에서 반대하는 것인가.
▶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생각할 게 많다. 공정거래법이 재벌을 지주사로 전환해 개혁하자는 취지라고 하지만 재벌이 왜 재벌개혁을 하는 법안을 통과시켜달라고 하겠나. 세금을 내지 않고 재벌 3세로의 주식 이동을 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이 통과되면 금산분리가 완전히 무너진다. 어느 한 보험회사가 계열사에 대출해 주다 사고가 나면 이는 저축은행사태보다 더 심각한 사태가 벌어진다. 따라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급하게 처리할 법안이 아니다. 김진표 원내대표와 좀 더 숙고해 보겠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전망한다면.
▶2007년 경제 대통령이라고 해서 이명박 대통령을 뽑았다. 하지만 국민들은 지금까지 겪은 바가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자기 진단을 했을 것이다. 따라서 복지화두가 등장하는 것은 굉장히 자연스럽다. 한나라당이 '좌클릭'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시대적 흐름을 거역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는 복지가 소모성 경비가 아니고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것으로 본다.
-청문회와 BBK 공방 등을 통해 '강경', '저격수' 이미지가 생긴 것 같다. 이런 이미지에 만족하는가.
▶많이 불만이다. 나는 그저 해야 할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 그걸 가지고 이미지가 강하다고 얘기할 때는 조금 섭섭할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