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발표될 예정이던 정부의 금융감독 쇄신안이 진통 끝에 연기됐다. 국무총리실 산하 금융감독혁신 태스크포스(TF)가 마련한 금융감독원 개혁 방안에 대해 청와대가 미흡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보다 강도 높은 방안이 마련될 전망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8일 "금감원 개혁 방안에 대해 민간위원 한 명이 크게 반발하는 등 TF 내부적으로 진통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급하게 할 것은 아닌 만큼 충분히 논의해서 안을 내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를 TF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도 "위원들 사이에 금감원의 소비자보호기능 분리, 한국은행과 예금보험공사의 단독 조사권 부여 방안을 놓고 이견차가 커 추가 논의를 벌이기로 했다"며 "최종안 마련 작업은 7월이나 저축은행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가 예정돼 있는 8월로 연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TF 팀장인 임채민 국무총리실장이 29일 브리핑을 갖고 쇄신방안 발표 연기 배경을 직접 설명할 예정이다. TF는 당초 청와대 등과 협의를 거쳐 이번 주 내에 혁신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TF는 금감원의 소비자보호감독국과 분쟁조정국, 금융서비스개선국 등 소비자보호 관련 3개국을 떼 내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독립시키는 방안을 놓고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독립시켜야 한다는 쪽은 금감원의 두 가지 핵심 기능인 금융감독과 소비자보호 기능을 분리해 '견제와 균형'을 살려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대통령까지 분노케 한 금감원의 부정부패가 견제 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감독권한에서 출발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하지만 일부에서 "논의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개진했다. 내부 진통이 깊어지면서 금감원 분리 방안은 장기 과제로 넘기고 단기 과제 위주로 혁신안을 발표하는 방안이 추진됐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금감원 개혁에 관심이 큰 이명박 대통령이 TF가 마련한 방안에 제동을 건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지난 26일 TF가 이 대통령에게 금감원 혁신안을 보고했지만 미흡하다는 답을 들은 것으로 안다"며 "당과의 협의를 위한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원장 보고 일정도 미뤄졌다"고 전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TF가 개혁안 발표를 미뤘다는 의미는 금감원 분리 등 장기 과제까지 검토한다는 의미"라며 "이 대통령이 금감원 개혁을 직접 챙기고 있는 만큼 보다 강도 높은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4일 금감원을 예고 없이 방문해 저축은행 사태에서 드러난 금감원의 부정·부패를 강력히 질타하고 강도 높은 개혁을 주문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