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야권 단일후보의 최종 관문 '시민참여경선'이 치러진 장충체육관은 총 2만 여명의 투표참가자와 후보별 지지자 및 선거캠프 관계자들로 하루 내내 북새통을 이뤘다.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 5번 출구로 나온 시민들은 장충체육관 1-1번 입구까지 닿는 30여 미터를 걸어가며 수십 번 악수를 나눠야 했다. 서울시장 야권 통합경선에 나선 박영선·박원순·최규엽 후보와 수 백 명의 지지자들이 모여 만들어진 '악수길'을 거쳐야만 현장경선 투표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탓이다.
민주당 박영선, 민주노동당 최규엽, 무소속 박원순 후보도 이날 오전 7시 투표 직전부터 오후 8시 최종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은 채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마지막까지 지지를 호소했다.
'조직표'에서 우세한 것으로 평가받는 민주당은 오전에 중·장년층 유권자들이 대거 몰리며 밝은 표정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20·30대 및 유모차를 끈 가족 단위 유권자가 늘어나면서 젊은층에서 비교우위인 것으로 알려진 시민사회측도 기대감을 높였다.
후보들의 초조함에 비해 투표장을 찾은 시민들은 휴일 경선을 나들이처럼 즐기는 모습이었다. 자의로 선거인단 모집에 신청, 선정된 유권자들인만큼 후보들에게 함께 사진 찍기를 부탁하고 얘기를 나누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아들과 함께 왔다는 황진아씨(33)는 "평소 서울시장 선거에 관심이 많았는데 투표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돼 재밌다"며 "누가 되든 야권단일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 한 표를 행사했다는 것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야권 경선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증명하듯 명사들의 발걸음도 줄을 이었다. 특히 공지영 작가, 조국 교수 등은 직접 한 표를 행사한 것과 함께 '투표 인증샷'을 찍어 트위터에 올리며 유권자들의 투표를 독려했다.
인화학교 사건을 재조명해 화제가 된 영화 '도가니'의 원작자인 공 작가는 오후 1시쯤 투표장을 찾았다. 공 작가는 기자들과 만나 "민주주의는 시민들의 피와 땀과 손길을 먹고 자라는 나무인 것 같다"며 "국민들의 염원을 잘 수렴하고 서울시의 시급한 문제들을 빨리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서울시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조 교수는 오전 10시쯤 장충체육관을 방문했다. 그는 단일후보 선출 후 선거캠프 참가 여부에 대해 "제안을 받지 않았다"면서도 "(제안을 받는다면) 경선 이후 생각해 볼 문제"라고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앞서 조 교수는 교수·지식인 173명의 박원순 후보 지지성명에 동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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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트위터에 '인증샷'을 올리며 젊은 층의 투표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공 작가는 '투표 인증샷 놀이'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유권자들과 사진을 찍으면서 "트위터에 인증샷을 올려달라"고 부탁했다. 조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오전 장충체육관주변에 있었는데 어르신들이 매우 많다. 오후에는 20-30대 청년들이 많이 오시면 좋겠습니다"라고 썼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당직자들도 대거 참여했다. 손 대표와 정동영·정세균·이인영 최고위원, 박지원·김부겸·김영환·전혜숙·전현희 의원 등은 박영선 후보의 옆자리를 지키며 유권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지지를 호소했다.
손 대표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MB정부 실정을 심판하는 선거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 동안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고 분명한 대립각을 세워 온 민주당 후보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경선은 최종 투표율 60%에 육박하며 일단 '흥행'에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초 '마이너리그'로 전락할 우려가 있었던 민주당 당내경선이 박영선·추미애 의원 등의 참여로 흥행 불씨를 살린 데 이어 통합경선도 TV토론과 여론조사, 현장경선 등 다채로운 방식으로 진행되며 대중적 관심을 환기하는데 성공했다.
경선 레이스 초반 '독주' 체제를 구축했던 박원순 후보에 대한 정치권의 검증이 본격화되고, 박영선 후보의 잠재력이 극대화돼 '박빙' 승부를 연출한 것 역시 대중의 폭넓은 참여를 가능케 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네거티브' 공세를 지양하고 진정성으로 유권자들에게 호소한 선거운동 과정이 국민의 감동을 얻을 수 있었다"며 "여당과의 본선에서도 야권 경선과정이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