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쉬움 남지만 아쉬울 때 떠나는 게 좋다고 생각"
"국회가 이 지경이 된 데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정장선 민주당 의원(3선·경기 평택을)은 12일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직후 기자를 만나 이같이 말했다. '4선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말을 듣던 그의 전격적인 불출마 선언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정 의원은 지난해 연말 예산국회에서 폭력이 벌어지자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정말 우리는 X새끼다. 국민들은 정말 어려운데 그리고 전쟁이 날지도 모른다고 불안해하는데 우리 국회는 또 난장판을 만들었다"라고 자조 섞인 글을 남겼다.

그후 1년여 동안 그는 여야 의원들과 함께 '필리버스터법' 제정을 추진하는 등 폭력 국회를 청산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또 여야는 극렬하게 맞붙었다. 이번에는 최루탄까지 등장했다. 정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대화하고, 타협하고, 소통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정치권에서 정치인으로서 산다는 것이 부끄럽고 국민께 한없이 송구스러웠다"고 토로했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는데, 왜 하필 자신인가.
▶ 지금 국회가 엉망이다. 초선이면 모르겠다. 국회의원 3선을 하면서 나에게는 많은 기회가 있었다. 내가 역할을 제대로 못한 데 대해 책임을 지는 의미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책임지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나. 그런 사람도 있었으면 좋겠고, 또 국가나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게 꼭 정치를 해야만 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 굳이 불출마하기보다 남아서 바꾸는 노력을 하는게 낫지 않나.
▶ 그렇게 기여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겠지만, 일단은 여기서 책임지고 떠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좋겠단 생각이 든다.
- 불출마 선언을 하면 국회가 바뀌는 데 일조하리라고 보나.
▶ 내가 이런다고 국회가 바뀌지는 않을 거다. 내가 이런 행동을 해서 다른 사람이 변하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 주변 의원들과 상의는 했나.
▶ 의원들하고는 거의 상의를 안했다.
- 기자회견 직후 손학규 대표를 만났는데, 뭐라고 하던가.
▶ 그냥 얼굴을 보고 웃더라. 이전에 몇 번 암시를 줬다. 하지만 깊이 새겨듣지 않았겠지.
- 야당에서도 연쇄 불출마 선언이 나올 것이라고 보나.
▶ 내가 누구하고 같이 (불출마 선언을) 하자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독자들의 PICK!
-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 같다.
▶ 내가 이러는 게 이해가 안가나? 나도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아쉬울 때 떠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가족들한테 미안한 게 많았고. 집사람은 적극적으로 나의 판단을 지지해줬다. 군대(해병대)에 있는 아들도 TV에서 소식을 접하고 전화해서 '아빠를 지지한다'고 하더라. 아직 어머니한테는 말씀을 못 드렸다.
-앞으로 계획은?
▶ 그만 둬야겠다는 결정만 먼저 했다. 뭘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머리가 꼬인다. 좀 더 해야겠단 생각도 자꾸 들고….
좀 더 시간을 갖고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사는 게 좋을지 생각해보려고 한다. 공부도 좀 하고, 더 많이 국민 속에 들어가 보기도 하고.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을 할 것이다.
19대 총선과,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경기지사 보궐선거는 나가지 않을 것이다. 완전히 정치를 은퇴한다는 얘기는 나도 자신할 수 없다. 하지만 복귀하는 게 그렇게 쉽겠나. 단지 영원히 떠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좀 더 많이 생각을 해보고, 만나고 해보면서 정리를 하려 한다.
- 지지자들과 당원들에게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 상의를 하지 못해 미안하다. 그동안 이렇게 과분하게 베풀어 줬는데 기대만큼 못한 것도 많다. 앞으로 좋은 사람이 와서 많은 일을 해주길 바란다.
-지역구의 후임은 누가 오면 좋겠는지 생각해둔 것은 있나.
▶그런 것은 없다. 내가 생각할 일은 아니다. 당원들이 결정해야지.